“中의 전통·홍콩의 정체성… 모두 아우르는 오페라 공연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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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유 홍콩WKCD 공연감독

오극 전용 시취센터 개관 앞둬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반응
표 많이 팔리면 결국 좋은 공연”

지난 11일 홍콩 주룽(九龍)지역에 위치한 호텔 ‘스테이지’에 세계 각국의 공연 연출가와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중국을 비롯해 대만, 일본, 미국, 영국, 호주, 태국,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국적도 다양하다. 이날 웰컴 파티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던 이들은 다음 날 홍콩 섬에 위치한 ‘아시아 소사이어티’ 빌딩에서 다시 만났다. ‘공연 연출가 네트워크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강당은 젊은 예술가와 관련 종사자들로 가득 찼다. 호주에서 시도된 아시아 예술가들과의 협업, 아이슬란드의 음악 페스티벌, 유럽과 아시아의 공연 합작 사례 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저녁 이들은 홍콩공연예술아카데미 리릭 극장에 다시 나타났다. 광둥어로 된 홍콩 오페라(만다린어로 된 베이징 오페라는 경극이라고 부른다), 즉 ‘시취(오극)’ 공연이 열렸기 때문. 정식 공연은 아니다. 무대 위 마련된 가설 차관(茶館·티하우스·사진)에서 홍콩 내외 공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말 개관하는 홍콩 서구문화구의 오극(홍콩 오페라)전용 공연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홍콩에서 열린 공연연출가 포럼에서 루이스유 WKCD 총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극 센터내에 자리잡을 치관(티 하우스)의 모습.

“관객들 취향과 반응, 수요 등을 파악하고 있어요. 현지인만을 위한 작품, 아시아 관광객들을 위한 작품, 또 중국 오페라가 생소한 서양인들을 위한 작품까지 우리가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지난 13일 홍콩 이튼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루이스 유(얼굴 사진) 서주룽(西九龍)문화지구(WKCD) 공연부문 총감독의 말이다.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0년대 말, 중국 정부는 “홍콩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했고, WKCD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홍콩 주룽반도 서쪽에 약 300억 홍콩 달러(약 4조3000억 원)를 들여 17개 공연·전시장과 상업·관광 편의 시설 등을 건립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예술 프로젝트다. 사회적 논쟁과 토론, 합의를 거쳐 개발 20년이 지난 현재 가장 핵심으로 꼽고 있는 오극 전용 공연장 ‘시취센터’의 오프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센터 안에는 중국의 오랜 사교 공간이었던 티하우스를 설치해 좀 더 친숙하고 쉬운 오극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 12~13일 진행된 리릭극장 공연은 이에 대한 예행연습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유 감독은 “실제로 센터가 개관했을 때를 위해 다양한 오극을 실험 중이다”며 “중국의 오페라는 베이징(北京)부터 홍콩까지 50여 개 스타일이 저마다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고 있다. 아방가르드하거나 모던한 경극·오극을 선보이는 단체도 많고, 자신들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취센터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간이 될 거예요. 중국의 전통, 홍콩의 정체성을 아시아의 공연 팬들과 관광객들에게 발신할 장소가 되는 것이죠. 문화 중심지로 다시 발돋움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WKCD는 지난해 이미 미술 관련 공간인 M+(엠플러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올해 말~내년 초 WKCD의 상징과도 같은 시취센터를 오픈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준비뿐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은 한국 공연계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아시아, 호주, 유럽 공연 관계자들을 홍콩으로 불러 모으는 연출가 네트워크 포럼을 해마다 개최하고 있으며, 가설 티하우스에서 다양한 경극과 오극을 실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극의 컨템퍼라이징, 즉 현대화에 힘쓰고 있다. 유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관객이에요. 한국의 창극도 현대화로 젊은 관객들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논란도 많겠죠. 오극도 그래요. 하지만 대중이 표를 사서 보러 오는 공연이 결국 좋은 공연이라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정답은 없어요. 전 세계 공연계가 처한 숙명과도 같습니다.”

홍콩=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WKCD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