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압승…‘親서방 개혁’은 미지수

이란 대선 57% 득표로 연임
38%얻은 보수파 라이시 눌러

최고지도자 실질 통치 구조탓
개혁 기대 과대평가 지적 나와
당선되자마자 美와 대립각도

이란 대선에서 중도개혁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지난 19일 압승을 거두면서 향후 이란의 개방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강경보수파 집권이 저지된 것일 뿐 친(親)서방 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 보는 건 과대평가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57.1%를 득표, 38.5%의 표를 얻은 강경보수파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최종 투표율은 73%(4122만 명)로 지난 대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20일 당선 확정 직후 “이번 승리는 이란 국민의 것이다”며 “선거 운동 때 했던 공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이란의 개혁을 열망하는 젊은층, 현지 기업가들이 특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핵 합의가 지속되면서 이란의 경제 제재가 계속해서 완화되고, 인권 문제 등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지나친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 국가인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실질적 통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국가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개혁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로하니 대통령이 집권할 때에도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이 반국가행위 혐의로 체포되는 등 인권탄압은 여전했으며, 로하니 대통령 역시 모든 언론을 정부의 통제하에 두는 법안을 지지한다고도 지적했다. 또 로하니 정권 역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을 계속 지원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미국과 이란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연 기자회견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만큼 중동에서 테러 조직에 자금 등 모든 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중단할 기회가 생겼다”며 “이란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멈추고 이란 국민이 응당 누려야 할 삶을 살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공격받은 이란은 이제 막 선거를 끝낸 민주주의와 중도의 수호자”라며 “(이란 공격이) 외교정책이냐, 아니면 단순히 사우디에서 4800억 달러(약 537조 원)를 짜내려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