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2030 ‘중거리 연애’… 이따금 만나고 SNS로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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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7-05-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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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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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경제적으로 적당한 거리
“결혼생각 없어 깊이 안사귀어”


연인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이른바 ‘중거리 연애’를 지향하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사랑은 하고 싶지만 취업난·경제난 탓에 데이트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부담이고, 혹시 연인과 헤어질 경우 정신적으로 크게 고통받는 것도 싫기 때문에 상대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중거리 연애족들은 평소에는 SNS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만남은 2∼3주에 한 번으로 최소화한다.

취업준비생(취준생) 안모(여·25) 씨는 올해 1월부터 함께 취직시험 공부를 하던 남성과 사귀기 시작했다. 안 씨는 “스터디그룹에서 만나 사귀게 됐지만, 2월에 공부 모임이 끝난 뒤로는 3주에 한 번씩만 만나고 있다”며 “데이트를 하면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SNS로만 연락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연애를 포기하자니 청춘이 아깝고, 연애에 집중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 결국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연애를 지속하는 게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중거리 연애 트렌드가 취준생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회사원 정모(30) 씨와 동갑내기 여자친구는 둘 다 서울에 살지만, 서로 합의해 2∼3주에 한 번만 만난다. 정 씨는 “직장인이긴 하지만 데이트를 자주 하면 역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며 “결혼 생각이 없어 연애에 깊게 빠져드는 편이 아니고, 퇴근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좋아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여자친구와 만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고슴도치 딜레마’로 설명한다. 친밀하기를 원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 상태를 뜻하는 말. 추운 날씨에 온기를 나누려고 모여들지만,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서로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거리를 두어야 하는 고슴도치들의 모습에 인간 심리를 빗댄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학업이나 취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분전환용으로 연애를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들은 연애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깊이 빠졌다가 상처받게 되는 것도 싫어한다”고 분석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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