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동맹·자주 ‘융합’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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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에 정부 부처로는 국방부를 처음 방문해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약사항인 북핵불용(北核不容) 강경 주문을 쏟아냈다. 대북 강경론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못지않은 강경한 어조를 두고 평소 문 대통령의 대북관·대적관에 의문을 제기하던 보수층조차 “괜한 걱정 한 것 아닌가” 하며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대선 기간 ‘안보 대통령’ ‘진짜 안보’를 외친 문 대통령을 두고 보수층은 표심 잡기 일회성 슬로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 게 사실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북핵불용’ 정책을 전격 수용한 데 주목했다. 햇볕정책 추종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대북정책이 북핵불용 논리에 종속돼 대화가 사라진 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북핵 실전 배치가 현실화하면 우리 안보는 매일 북핵 공포와 미국 핵우산에 저당 잡혀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한반도 통일 꿈도 영영 멀어진다.

역대 정부 안보정책 실패의 주원인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전임 정부 안보정책 공과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부정했기 때문이다. 정권만 잡으면 전임 정부가 공들여 쌓은 탑을 허물다 보니 대북·안보정책은 뒤죽박죽됐다. 정권 교체 때마다 안보공약 실패가 반복된 이유다. 김정은이 광란의 핵 질주를 하도록 방기한 셈이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로 남북한 전력은 역전됐다. 노무현 정부의 안보 실패는 국가 주권 확립과 자주국방에 초점을 맞춘 자주파와 한·미 동맹 사수에 목숨 건 동맹파 간의 양보 없는 이념전쟁이 큰 몫을 했다. 자주를 소홀히 한 동맹지상주의는 미래를 불안케 한다. 하지만 동맹을 경시한 자주 노선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기에 빠트리기 쉽다. 지금은 없는 동맹 관계도 새로 만들어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북핵 폐기에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동맹파·자주파는 생뚱맞게도 전시작전권 전환을 둘러싸고 충돌하며 적전 분열했다. 잘못된 위협 평가를 토대로 추진된 정책의 대표 사례가 전작권 전환이다. 동북아에서 미·중 간에 남중국해 등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이 연루되고 한국은 자동으로 그 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전작권 전환이 추진됐다. 이는 잘못된 논리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은 국제전이었다. 동북아에서 미·중 간에 국지전을 넘어선 전면전이 발발하면 북·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 간 전쟁은 불가피하다. 전쟁 참여를 취사선택하는 동맹은 없다. 동맹·자주의 진영논리에 빠지면 안보 전력은 뺄셈, 심지어 나눗셈으로 퇴보한다. 자주국방과 한·미 동맹을 화학적으로 융합하면 전력은 덧셈, 심지어 곱셈으로 강화된다.

미·중 간 극한 대결의 협력 국면 전환은 문 정부의 북핵 해결에 천재일우의 기회다. 문 정부가 북핵 폐기에 최초로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최우선적으로 동맹·자주의 이분법 논리부터 극복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한·미 동맹을 상호 배치되는 개념으로 보면 북핵불용은 실패한다. 전작권 조기 전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재검토, 군 복무 기간 단축 등 공약사항도 폐기나 수정이 불가피하다. 진짜 안보는 동맹·자주의 화학적 융합, ‘동맹×자주’여야 한다. cs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