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 경제부총리 내정자, 정책의 均衡 잡는 조타수 돼야

새 정부 1기 경제팀의 큰 틀이 짜였다.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지명됐고,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임명됐다. 앞서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발탁됐다. 소년가장 출신에 상고 신화의 주인공인 김 총장은 기재부 예산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정통 관료다. 장 교수는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진보학자이자 시민운동가다. 김 교수는 한때 ‘박근혜 대통령 경제교사’로 불린 개혁적 보수학자다. 이들의 이력을 보면 경제민주화에 중점을 두되 위기관리도 철저히 해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공직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정책실장을 관료가 보완해주는 식의 구도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다. 우선,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의 역할 분담이 애매하다. ‘컨트롤 타워’가 누군지 불분명해 정책 혼선이 걱정된다는 얘기다. ‘재벌 저승사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대기업 지배구조의 대수술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정책의 득세도 걱정된다. 재벌개혁론자들의 강력한 주장에 밀려 경제부총리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을지도 염려된다. 다행히 장 신임 실장은 “두들겨 패기식 재벌개혁은 안 된다”고 했다. 김 공정위장 지명자도 “재벌개혁을 경직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경제적 불평등 해소는 사회통합을 위해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정도의 과격하고 급속한 정책이어선 곤란하다. 우리 경제가 지금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타고 살아난다고 하지만 저성장에 구조적 난제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1300조 원대의 가계부채,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 인구절벽 등은 여전히 암 덩어리다. 이런 마당에 성장·분배의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돼 성장의 선순환을 경시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김 부총리 내정자는 저성장 극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잡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김 부총리 내정자가 문 정부의 정책 균형(均衡)을 잡아줄 조타수 역을 제대로 해야 경제활력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