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미사일 자국 낙하 대비’ 지난달 첫 종합훈련

자위대·경찰·소방당국 합동
‘한국內 일본인 피난’도 논의

일본 정부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자국 영토에 낙하한 것을 가정해 첫 중앙부처 간 종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과잉 대응하면서 군사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북한의 위협에 철저하게 대처하고 있다.

23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이틀에 걸쳐 도쿄(東京) 총리관저에 중앙 정부 각 부처의 담당자들을 모아 북한의 미사일 1발이 도호쿠(東北) 지방에 떨어진 것을 상정한 도상훈련(지도를 이용한 훈련)을 벌였다.

가상 미사일 낙하 장소를 도호쿠 지역으로 가정한 것은 지난 3월 이 지역의 아키타(秋田)현 앞바다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북한의 미사일이 떨어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실제 인력이 움직이는 대신 각 부처가 지도상에서 상호 연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훈련에서 문부과학성은 전문가, 대학병원들에 협력을 요청하고, 후생노동성은 재해파견의료팀(DMAT)을 파견하는 절차를 점검했다. 원자력규제청은 원자력 관련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긴급 시 대응센터’(ERC) 설치 흐름도 확인했다.

일본 본토에 미사일이 낙하하면 자위대의 화학부대는 미사일 탄두가 낙하한 지점 주변이 유해물질로 인해 오염됐는지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는데, 훈련 참가자들은 경찰, 소방당국이 해상보안청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또 훈련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했을 경우를 상정해 한국 내 일본인을 피난시킬 때 각 부처 간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미사일의 개발이지만 일본 국내에 미사일이 낙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 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각 부처 간 온도 차가 있어서 이번 훈련에서는 현재의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미국 국무부와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21일 발사한 미사일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아니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라고 확인했다. 줄리아 메이슨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MRBM급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