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政 첫 ‘탄핵 대통령’ 재판정 出席을 보는 착잡한 심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에 출석(出席)해 첫 재판을 받는 모습을 국민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국정농단의 엄중함, 법 앞의 평등, 권력의 무상함, 자업자득 등 여러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재판정에 섰지만, 탄핵·파면된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은 헌정(憲政) 사상 처음이다. 두 달여 전까지 국가 원수였던 인사가 수갑을 찬 채 호송버스에서 내렸다. 개정 후에는 ‘박근혜 피고인’으로 불리고, 직업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마음 편하게 보기는 힘든 장면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주 2~3회씩 출석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는 지지자들의 큰 소란이나 시위는 없었다. 다행한 일이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으로 국론이 다시 분열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선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 진실이 법정에서 최대한 가려지고,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어느 쪽이 됐든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행위는 없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선 안 된다. 재판부가 오직 증거와 법리를 좇아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측이 제기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재판부가 엄정히 따져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에게 자계(自戒)의 교훈이 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