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새 소리 벗삼아… 지친 心身 ‘진초록 샤워’

가볼만한 휴양림·수목원

신록이 녹음으로 번져가는 계절. 지금 숲은 온통 진초록빛이다. 짙어가는 숲에는 자연이 주는 휴식과 위안이 있다.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휴양림과 수목원은 가장 깊고 우람한 숲에 있다.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해온 곳이니 자연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없다. 숲의 초록이 하루하루 짙어가는 6월에 한국관광공사가 ‘6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휴양림과 수목원을 추천했다. 이렇게 가려 뽑은 곳 중에서 이 계절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만한 곳 딱 4곳을 골라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한 금산 자락에 들어선 남해편백자연휴양림. 휴양림의 ‘숲속의 집’에 묵으면 침엽수림이 뿜어내는 청량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 227ha의 편백과 삼나무 숲…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다도해 옆에 펼쳐진 편백의 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산 자락의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편백과 삼나무 숲이 자그마치 227ha에 달한다. 바다를 굽어보는 자리에 있어 삼림욕과 함께 남해의 절경과 마주할 수 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췄다. 독채형 숲속의집 20동, 콘도형 산림문화휴양관 객실 13실, 단체 방문객을 위한 숲속수련장 객실 14실에 연립동 8실까지 합하면 모두 55실이다. 국립자연휴양림 중 가장 많은 객실이다.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널찍한 야영 덱도 20개가 있다. 덱 이용료는 하루 7000원부터. 비싼 것이래야 8500원이다.

남해에는 폐교를 예술 공간으로 바꾼 해오름예술촌이 있다. 해오름예술촌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남해를 대표하는 상주 은모래비치가 있다. 해변의 상주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다도해지구, 계룡계곡, 사랑의 바위, 미조항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 055-867-7881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계곡을 끼고 있는 미천골자연휴양림 야영장.

# 첩첩산중에 숨은 자리… 양양 미천골자연휴양림

대부분의 휴양림이 그렇긴 하지만, 강원 양양의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유독 첩첩산중의 깊은 곳에 있다. 미천골휴양림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조침령터널을 통과해 갈 수도 있고, 홍천군 내면에서 구룡령을 넘는 길도 있다. 두 중에 하나의 길을 고르라면 단연 구룡령을 넘는 길이다. 구불구불 넘어가는 구룡령 정상에서 거대한 산맥이 물결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 그렇다.

구룡령에서 내려와 미천골자연휴양림 안내판을 보고 우회전해 숲길로 들어서면 비로소 미천골이 시작된다. 반질반질한 암반이 펼쳐진 수려한 계곡을 따라가는 길. 미천골은 백두대간 약수산(1306m)과 응복산(1360m) 사이에서 발원해 남대천으로 흘러가는 후천의 최상류다. 휴양림 가는 길에 폐사지인 선림원지가 있다. 빈 절터에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승탑, 홍각선사탑비 등이 1000년이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절집에서 쌀 씻은 물이 흘러내렸다 해서 계곡 이름이 ‘미천(米川)골’이다.

휴양림으로 이어진 길을 끝까지 따라가면 불바라기약수로 오르는 길이 있다. 차량 차단기가 내려진 임도다. 여기서 불바라기약수까지는 5.7㎞. 경사가 부드러워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불바라기약수 가는 길에는 곳곳에 폭포가 걸린다. 길 끝에 약수가 없더라도 계곡물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를 벗삼아 걷는 이 길은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미천골자연휴양림 033-673-1806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산음자연휴양림 전나무 숲의 나무 덱.

# 산과 숲의 그늘 속에 들다… 양평 산음자연휴양림

경기 양평의 산음자연휴양림은 수도권과의 거리를 감안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숲을 가지고 있다. ‘산음(山陰)’이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늘 그늘이 드리운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산의 그늘은, 숲의 그늘과 겹쳐 더 어둑하다.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휴양림 산림문화휴양관 앞에서 2㎞의 산책로가 시작된다. 족도리풀, 병꽃나무, 쪽동백이 늘어선 길이다. 숲길을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이 따라온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있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도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뚝딱이 공방에서는 목공체험도 할 수 있다.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완도수목원의 푸른까끔길을 걷는 모습.

# 원시 난대림의 숲을 걷다… 전남 완도수목원

전남 완도수목원은 1991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자 국내 유일 난대 수목원이다. 사시사철 녹음을 자랑하는 붉가시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가 주를 이루고, 완도를 대표하는 완도호랑가시가 자라는 곳이다. 자생식물 752종이 자라는 수목원은 총면적 2050ha에 달한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중앙관찰로를 따라 아열대온실과 산림박물관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 아열대온실 위로는 희귀식물원, 약용식물원 등이 이어진다. 약용식물원을 거쳐 제1전망대까지 올라서면 남쪽 바다와 해남 달마산의 뾰족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도수목원이 자랑하는 원시 난대림을 걷고 싶다면 ‘푸른 까끔길’을 추천한다. 까끔은 ‘동네 앞의 나지막한 산’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계곡을 따라 1㎞ 정도 완만하게 이어져 음이온이 풍부할 뿐 아니라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수목원 산림환경교육관에서는 목공예 체험도 할 수 있다. 별자리 목걸이, 원목 손거울, 편백 연필꽂이, 자작나무 탁상시계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완도수목원은 완도수목원자연휴양림을 조성 중이다. 상황봉과 백운봉 중턱에 숲속의집 10동이 들어선다. 완도수목원 061-552-1544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