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예산안’ 공화도 반대… 통과 난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경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3일 이탈리아 로마 인근 피우미치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경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후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AP연합뉴스

복지‘싹둑’·국방‘불충분’…매케인 “의회 도착시 이미 사망”
저소득층 식료지원 등 줄여 4조940억 달러 규모 편성

미국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마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첫 예산안을 ‘D.O.A 예산’이라고 혹평하고 나섰다. 사회안전망 예산과 국무부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트럼프 행정부의 4조940억 달러(약 4605조7500억 원) 규모 예산안은 의회 통과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이 의회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망 상태일 것”이라며 “특히 국방예산 6030억 달러는 우리가 직면한 여러 도전 과제에 맞서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 예산을 190억 달러 늘렸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매케인 위원장은 ‘도착시 이미 사망’을 의미하는 의학용어인 D.O.A(Dead On Arrival)를 사용해 예산안이 들여다볼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이 기존 549억 달러에서 376억 달러로 29.1% 삭감된 것을 두고 “끔찍하다(terrible)”고 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복지 예산을 지나치게 삭감한 데 대해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예산안은 미국 노동자 계층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함을 위한 새로운 토대’란 제목으로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새 예산안은 여러 복지 제도 예산을 대폭 삭감해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식료품 보조 등과 관련된 예산을 향후 10년간 3조6000억 달러 정도 줄이고 국방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 외 국무부와 환경보호국(EPA), 예술과 과학 분야 지원을 위한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한편 ‘중동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며 이스라엘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23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났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동 순방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이어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