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기획委 본격 가동…포퓰리즘 공약 과감히 廢棄(폐기)해야

과거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갈음한 새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본격 가동됐다. 22일 현판식에 이어 24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기획재정부 등 22개 정부 부처(중소기업청 포함) 업무보고를 받는다. 활동 기간은 최장 70일인데, 6월 말까지 ‘문재인표’ 국정 운영 5개년 안을 짠 뒤 7월 초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계획도 잡고 있다.

이번 국정기획위는 ‘장미 대선’ 여파로 전 정부의 인수인계 절차가 생략되면서 출범한 ‘비상조직’이다. 그만큼 역할이 더 막중하다는 얘기다.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대책, 검찰 개혁, 정부 조직 개편 등 문 대통령의 공약 대부분이 여기서 다뤄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번 정부의 성공 여부가 국정기획위 결과물에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 가용자원 등을 보고 실천 가능성을 평가해 201개 공약을 100여 개 과제로 압축하겠다는 일성(一聲)은 일단 믿음직하게 들린다. ‘완장 찬 점령군 행세를 하지 말라’는 경고도 신선하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다. 김진표 위원장은 23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선 공약이니 그랬을 게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공공부문의 ‘철밥통’ 풍토를 깨기 위해 절실한 정책이다. 선거기간 중 ‘100만 공무원’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 공약을 국정 운영의 주체가 돼서도 추진하겠다니 실망스럽다. 대선 때 지지자들을 의식해 고소득·고자산가에게 중한 세금을 물리고, 강도 높은 재벌개혁안을 마련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국정기획위가 각 부처에 “과거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새 정부 기조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고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기회에 국가 재정을 해치는 망국병인 포퓰리즘 공약을 철저히 걸러내 폐기(廢棄)해야 한다. 그 결정은 과감하고 빠를수록 좋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거용 공약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하면 국민도 이해할 것이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한 정치 보복성 정책 유혹도 떨쳐버려야 한다. 각 부처 관료들도 새 정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코드 보고’를 하려 해선 안 된다. 국정기획위는 문 정부 지지자만 의식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정책을 내놔야 문 정부도 성공하고 국가 미래도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