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탕평 인사’ 初心 지키며 外延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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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대 한양대 교수 행정학

항상 새로운 출발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정부든 성공의 지름길은 바로 인사에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의 실패는 결국 잘못된 인사가 주된 요인이었다. 최근의 이명박 정부 때도 ‘고소영 인사’란 닉네임이 근절되지 않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첩 인사’로 임기 내내 비판의 대상이 되다가 결국에는 탄핵과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해 재판정을 오가는 중이다.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하나같이 ‘탕평 인사’를 부르짖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어느 후보보다도 탕평 인사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의 수사적 표현 정도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 정부 출범과 더불어 지금까지의 정부 운영의 책임을 맡을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인사를 보면 그동안 말로만 외치던 탕평 인사가 정치적인 수사적 표현만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실제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선거 때 상대 캠프의 핵심 참모나 이전 정권 창출에 기여했거나 요직을 맡았던 인사 중에서 중요 공직자로 중용 등은 역대 정권과는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며,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문 정부에 기대를 갖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라의 운명은 훌륭한 지도자 및 건전한 공직자와 직결돼 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외연(外延)을 넓혀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기보다는 자기 주변에서 인재를 찾기에 골몰해 왔으며, 이는 정권의 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거듭돼 왔다. 탕평(蕩平) 인사란, 말과 같이 그리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했다.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탕평인사를 방해하거나 저해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관리해야만 한다. 이들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지도자의 지근 거리에서 지도자를 유혹하고 위험에 빠뜨리려는 세력들이다. 한 정권의 창출에는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무수한 사람이 있다. 합리성과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채, 인사가 이들의 논공행상의 장으로 전락하는 순간 성공한 정부와는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인사가 망사(亡事)가 아니라 만사(萬事)가 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인재 공개 추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국민 전체를 인재(人材) 풀로 해서 가장 유능하고 역량 있는 공직자를 물색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최종적으로 추천이 되면 추천인의 실명(實名)을 공개해 추천인의 책임성을 높이고 자긍심도 고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온라인(On-line) 인재 신문고’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양분되면서 한동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갈등공화국’으로 치달았다. 어제의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침반이 되고 반면교사를 통해 발전해야 미래가 있는 나라이며 국민이다. 이제 지긋지긋한 갈등공화국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진정한 민주공화국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때다. 문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41%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체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문 정부의 등장 한쪽에는 ‘진영 인사나 코드 인사’가 자리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탕평 인사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초지일관 유지돼 또 다른 불행한 대통령, 불행한 정부가 되지 않기를 온 국민이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