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문규(가운데) 교사가 24일 인천 덕적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25일 개최되는 체육대회에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진행할 프로그램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강문규 교사 제공
강문규 덕적中 교사
인천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거리. 2㎞에 달하는 황금빛 모래의 서포리 해수욕장과 100년이 넘은 1000여 그루의 소나무숲을 자랑하는 덕적도가 자리하고 있다. 13만 명의 당나라 군사를 이끌고 와 나당(羅唐) 연합군으로 백제 사비성을 함락했던 소정방(蘇定方)이 이 섬의 국수봉 정상에서 조국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경로 효 잔치’와 독거노인 방문 자원봉사 등을 하며 학생들에게 ‘어른 공경’의 인성을 심어주고 있는 섬마을 선생님이 있다. 덕적중학교에 지난해 전근 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강문규(38) 교사다. 매년 학교에서 진행되는 경로 효 잔치와 체육대회를 직접 관장하며 덕적도에 경로사상을 전파하는 전도사다. 강 교사는 2004년에 교단에 몸담기 시작해 주로 경기도 지역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자원해서 덕적도 섬마을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됐다.
“섬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은 섬마을과 시골 마을 선생님을 꿈꾸지 않을까요?”
강 교사는 2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덕적도로 옮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 교사의 쌍둥이 자녀도 모두 덕적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강 교사는 경로 효 잔치 등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지역 봉사 활동에 대해 “교장 선생님의 역점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본인의 수고로움에 대해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강 교사는 지난해에는 12월 학교에서 경로 효 잔치를 열었다. 올해는 9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0명가량의 어르신들이 잔치에 오셨습니다. 학생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의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고 잔치에 꼭 오시라고 요청을 드리죠. 경로잔치는 중학교뿐 아니라 덕적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 학생들 모두 같이 참여해 준비하는 행사입니다. 어르신들도 오셔서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보면서 매우 즐거워하세요.”
인근의 독거노인을 방문해 청소 등을 해 주는 봉사활동도 강 교사가 이끌고 있다. 학생 효행 봉사단을 조직해 지역 내 독거노인 일손 돕기와 청소, 빨래, 말벗, 안마해 드리기 등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강 교사와 학생들의 이 같은 경로 봉사 활동을 지역 어르신들도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를 간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할머니께서 조금 퉁명스럽고 표현을 잘 안 하셔서 아이들이 다가가기가 어려웠던가 봐요. 그런데, 얼마 전 봉사 활동을 나갔는데 그 할머니께서 제 손을 잡고 우시더라고요. 자기가 내색을 잘 못 하는 편인데, 아이들이 와서 청소도 해 주고 봉사 활동을 해 주니 너무 고맙다고요. 저희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신다면서 자주 와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강 교사는 무엇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이 인성을 키우는 동시에 교사 존중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그동안 학교나 동네에서 인사만 하고 지내던 어르신들을 학교에 직접 모셔 와 뭔가를 해 드릴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기뻐합니다. 특히,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힘들게 생활하시는 모습만 봐 왔는데 이런 행사들을 통해 함께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 교사는 최근에는 25일 개최되는 체육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체육대회 때에도 어르신들을 모시는 다양한 게임과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강 교사는 학교 급식실이 좁아 어르신들을 120명 정도밖에 초대하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오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식사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 문제 때문에 모두 초청을 못 하는 것이다.
“내년이면 부임한 지 3년이 돼 다시 육지로 나가야 하는데, 경로 효 잔치 사업과 자원봉사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
섬마을 젊은 선생님의 꿈은 그가 덕적도를 떠난다고 해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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