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속마음 털어놓으니 용기 돋워준 선생님 지금 저를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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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장賞 김나연 양

선생님 안녕하세요!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2007년 광양초등학교 3학년 3반의 조용한 주인공이었던 김나연이에요.

저는 아직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제주자연사박물관 현장체험학습을 갔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전 내성적인 탓에 초등학교에 들어와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어요. 그래서 한 명이라도 제게 다가오는 친구가 있으면 살갑게 대했고 제 취미와 취향을 숨기면서까지 모든 걸 그 애에게 맞춰줬어요.

처음엔 그런 저를 더 많이 찾고 제게 더 많은 걸 부탁하는 친구를 보면서 ‘내가 이 아이에게 필요한 친구이구나’는 생각에 기뻤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에 지쳤고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누구에게 말하기도 힘들었고, 다른 친구를 사귈 용기도 없었어요. 사실 그때 불면증을 앓기도 했어요.

이런 제 마음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건 현장체험학습 후기를 제출할 때였습니다. 저는 그때도 그 친구와 같이 있었기 때문에 체험학습을 즐길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선 저를 부르셨어요. 그리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저와 눈을 마주치시면서 제 얘기를 모두 들어주셨어요. 처음으로 학교에 있는 누군가에게 제가 어떤 아이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제 입으로 얘기했습니다. 선생님께선 담담히 제 얘기를 들어주시곤 제게 저 멀리 서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친구들을 둘러보라고 하셨죠.

“교실에 있는 친구들을 둘러 봐봐. 모두 다른 모습, 다른 목소리를 갖고 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 네가 굳이 너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도, 네 속에 있는 걸 꺼내지 않아도 이미 다른 사람은 너를 알고 있어. 괜히 너를 숨기려고 하지 말고 너는 그냥 있는 그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야. 괜찮아, 나연아. 너도 좀 더 솔직해지면 돼.”

그때 선생님과 상담하며 제가 직접 본 교실의 모습은 아직도 한 편의 드라마 장면처럼 머릿속에 남겨져 있어요. 선생님과의 그 상담만으로 저는 큰 용기를 얻었어요. 지금 제 취미는 시를 쓰고 노래 가사를 쓰는 건데요,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선생님.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