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GDP 2%로 증액’ 요구할 듯

트럼프, 유럽 다자외교 무대 ‘나토 정상회의’ 첫 참석

‘나토 무용론’서 한발 물러나
방위 조약 공개 지지할 전망
‘美軍감축 카드’꺼낼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취임 이후 처음 참석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럽 다자외교 무대이기도 하지만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무용지물’이라고 나토를 비판했던 만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입장을 전환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방위비 증액을 공식 요구하는 비즈니스 회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필요하다면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을 위협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본부 준공식을 겸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미국의 나토 방어 공약을 확인한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본부 준공식에서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건물 파편 위에 나토 협약 5조를 새긴 기념물도 헌정할 예정이다. 1949년 체결된 나토 협약 제5조에는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도록 돼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 조항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혀 오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공약한 대로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인상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 기준을 맞추고 있는 회원국은 총 28개국 중에서 미국·영국·폴란드·그리스·에스토니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은 나머지 27개국을 합친 금액보다도 더 많은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무용론’에서는 한발 물러나되, 나토의 방위비 분담 인상을 통해 미국 방위비를 절감하는 실리를 얻겠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반(反)이슬람국가(IS) 동맹 △아프가니스탄 안정화 작업 △파리 기후변화 협약 △북한·이란 등의 핵확산 우려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반IS 동맹과 아프간 안정화 작업에 나토 회원국들의 적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 주도의 반IS 동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반면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재고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22일 영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만큼 테러 대응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으며,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갈수록 공격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터키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