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수사권 투쟁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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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가 거세다. 검찰은 속으로만 끓고 있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데다 ‘돈 봉투 만찬’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은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권이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지난 대선의 주요 후보들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공약했다. 노무현 정부는 경찰에 절도·폭력·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범죄의 수사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입법화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형사소송법에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진행권을 명문화하면서도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했다. 대통령령 ‘검사의 사법경찰관리 수사지휘 규칙’에서는 경찰이 수사하던 사건을 검찰이 중단시켜 송치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모든 수사’에서 경찰 수사권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반발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최근 투기감시센터가 뇌물·횡령 등 혐의로 고발한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경찰 특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검찰은 정권의 충견(忠犬)”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돈 봉투 사건을 숙원 사업인 수사권 조정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 지휘권이 있는 검찰의 핵심 간부인 돈 봉투 관련자들을 경찰이 수사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돈 봉투 사건은 법무부와 검찰이 감찰을 진행 중이고 수사로 전환할 수도 있다. 경찰 태도는 국민은 안중에 없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경찰의 독립적 수사권을 인정하려는 것은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도록 함으로써 검찰권 남용과 비리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 있다. 검찰은 기득권을 빼앗기는 느낌일 것이다. 경찰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기소·불기소가 정형화된 민생범죄의 수사 종결권에서 시작할 수 있다. 궁극의 지향은 국민 인권 신장이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자질론’이었다. 검찰은 경찰의 인권 감수성이 떨어져 자신들이 지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요즘 경찰로서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하지만 조국 민정수석이 지적했듯이 인권 친화적인 경찰이 될 때 더 지지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