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중국인의 자신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세영 베이징 특파원

“중국에 있다면, 중국인이라면, 혹은 중국계이기만 해도 중국 당국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놓고 중국인 혹은 당국이 개인에 대해 취하는 행동을 보면 이 같은 우려는 사실인 듯하다. 지난 21일 미국 메릴랜드대 졸업식에서 중국인 유학생 대표가 중국과 비교해 미국에서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와, 표현과 사상의 자유라는 ‘또 다른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졸업 소감을 밝힌 후 중국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집단적인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이 동영상은 수천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감히 조국을 모욕하다니, 영영 돌아오지 말라”는 험한 욕설과 비난이 일었다. 중국 내 가족들이 사는 집 주소가 공개되고 심지어 중국인 유학생회를 비롯한 중국인 사회에서까지 그를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까지 나서서 언급하며 ‘경고’를 줬다. 루캉(陸慷) 대변인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많은 유학생이 견해나 사상, 인식 등에 발전과 변화를 겪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조국을 열렬히 사랑하고, 조국을 위해 공헌하기를 원해야만 중국은 격려와 환영, 지지를 보낼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 유학생 수출국이지만 해외 유학파들에 대해 국가 공무원 등의 채용에서 장벽을 두고 있다. 중국 내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들만 정식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학까지 엄격히 적용된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학에 진학한 뒤 교환학생 등의 정식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대학에서 수개월에서 1년 정도 머물거나 연수한 것은 괜찮지만 아예 해외에서 대학에 진학한 경우에는 공무원이 되는 데 결격사유로 작용한다. 사상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23일에 이어 25일에도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바둑 세계 최강 커제(柯潔)와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 중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볼 방법이 없다. 당초 생중계를 할 것으로 예정됐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중계하지 않았다. 당국의 통제로 중국인들은 볼 수가 없었다. 과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적극 보도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 대표’로 나선 커제지만, ‘중국 대표’가 구글의 인공지능(AI)에 지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일 것이다.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병을 자처하며 국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의 아이러니다.

최근 온라인과 SNS 등에서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유학하는 몇몇 해외 유학생이 “중국의 무엇을 자국으로 가져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인터넷 쇼핑, 고속철도, 알리페이, 공유 자전거를 꼽으며 이를 ‘중국의 신 4대 발명(품)’으로 말한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인들의 자긍심이 된 네 가지가 중국 도시인의 생활을 바꿔놓았으며 규모와 속도 면에서 빠르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네 가지가 진짜 ‘중국이 발명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이처럼 과도한 자신감의 분출 이면에 개인이 가진 느낌을 표현하는 것조차 옭아매고 사실을 왜곡하는 모습에서 민낯을 마주하길 두려워하는 중국인의 또 다른 얼굴이 보인다.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