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테러와의 전쟁 이견… 삐걱댄 나토 정상회의

트럼프 방위비 증액 압박에
회원국들 명확한 답 안 줘

나토사무총장, IS격퇴전 관련
“전투 직접 안나설 것” 선그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참석으로 주목받았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방위비 분담 등 주요 문제에서 사실상 의견 차이를 드러내며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 증액 압박에 나머지 회원국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고, 테러와의 전쟁 지원 방식에서도 거리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집단 방위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러시아 세력 확산을 우려하는 유럽 회원국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 등에 따르면 나토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새로 건립된 나토 본부 준공식을 겸한 정상회의를 가졌다.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방위비를 더욱 공평하게 분담하고, 테러와의 전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합의했다.

나토는 회원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을 방위비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재 28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폴란드, 그리스, 에스토니아 등 5개국만이 이를 지키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방위비 지출을 GDP 대비 2%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나토 회원국들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미국 주도 국제 동맹에 공식 가입하기로 했다. 나토는 유럽 출신으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전사로 활동 중인 이들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에 곤란함을 표시해온 데다 이번 증액안 합의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찬을 겸한 정상회의를 가졌으나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 측은 방위비 증액 문제를, 마크롱 대통령 측은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발표하는 등 이견을 보였다. 또 반IS 동맹 가입과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직접 IS와 전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서 주 나토 미국 대사를 지냈던 닉 번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949년 이래 (집단 방위를 규정한) 나토 협약 5조를 언급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 증액 주장에 찬성하지만, 발언 시간과 장소가 알맞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 대통령을 동맹의 리더로 생각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서방의 지도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