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134) 55장 사는 것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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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가방을 수화물로 넘기고 나온 김영태가 오동호에게 다가와 섰다. 밤 10시 반, 한시티행 한랜드항공은 밤 12시 출발이다. 김영태의 눈 흰자위가 붉어져 있다.

“들어가 봐.”

“응, 내가 한시티로 너 찾아갈게.”

“내가 기반 닦으면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

쓴웃음을 지은 오동호가 김영태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꽤 두툼하다.

“네가 갑자기 간다고 해서 급하게 마련하느라고 1만 불밖에 안 된다.”

“야.” 숨을 들이켰던 김영태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맙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김영태가 봉투를 받아 가슴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눈물이 남아 있었네.” 중얼거린 김영태가 손을 내밀었다.

“자, 헤어지자.”

“몸조심하고, 술 많이 먹지 마라.”

“고맙다.”

“성공해.”

“어이고, 자식.” 쓴웃음을 지은 김영태가 오동호의 손을 힘껏 쥐었다가 놓았다.

“내가 낼모레 60이다. 무슨 성공.”

“이 자식아, 다시 한 번 해봐.”

오동호의 말을 등으로 들으면서 김영태가 출국장 안으로 들어섰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 앞에 섰을 때 김영태는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왔다. 게이트는 한산하다. 한시티행 마지막 비행편을 타려는 10여 명의 남녀가 드문드문 앉아 있을 뿐이다. 구석에 앉은 김영태가 핸드폰을 꺼내고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신호음 세 번 만에 응답 소리가 났다.

“아빠?” 딸 김예지다. 김예지의 목소리를 들은 김영태가 숨을 들이켰다.

“응, 안 잤냐?”

“예, 지금 막 집에 돌아왔어요.”

“응, 그렇구나.”

“아빠는 집이에요?” “아니.”

“지금도 공장에서 일해요?” “아니.”

“또 술 마시다가 전화하시는 건가요?” “아니다.”

“아빠도 참.”

김예지는 지금 신의주 특구 롯데호텔 카지노에서 경리로 일하고 있다. 올해 스물일골 살, 열일곱 사춘기 시절 부모가 이혼해서 걱정했지만 건강하게 잘 자랐다. 김영태는 김예지하고 전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뭐, 어려운 일 있냐?”

“없어요, 아빠.”

“거기, 호텔 기숙사겠지?”

“그럼 어디겠어요?” 김예지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제 걱정은 마세요, 아빠.”

“고맙다.”

“아빠 목소리가 오늘은 많이 가라앉았네. 컨디션 괜찮아요?”

“아, 그럼.”

“내가 다음 휴가 때 칭다오 놀러 갈까요? 다음 달 초에 일주일간 휴간데.”

“아니, 아니다.” 머리를 든 김영태가 말을 이었다.

“나, 다음 달, 그때, 출장을 가. 그러니까 오지 마. 올 필요 없어.”

“알았어요.”

“내가 다시 전화하마.”

통화를 끝낸 김영태가 길게 숨을 뱉었다. 지금 야반도주하는 중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예지가 두 살일 때 칭다오로 떠났는데 25년 만에 끝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