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앤티크 골프 이야기>나무로 만든 골프백, 19세기 초창기 제품… 수백만원 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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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골프백이 있다. 세울 수 있도록 다리까지 마련한 이 골프백은 골동품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수집품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19세기 초창기 제품인 데다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골프백 중 가장 비싸고 스틸로 프레임을 제작해서 천을 입혀 대여섯 자루의 골프채를 넣을 수 있는 좁은 원통형 백, 가죽으로 만든 백이 그 뒤를 잇는다.

골프백은 19세기 말 처음 등장했다. 이전에는 히커리 나무로 만든 7자루 정도의 골프채를 캐디들이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골프채 세트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캐디가 힘들어졌다. 옆구리에 골프채를 낀 어린 캐디들이 버거워하자 수제품으로 골프백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있는 일명 스탠드백 아래쪽엔 헤드만 들어갈 수 있게끔 20㎝ 정도의 높이로 캔버스 천을 붙였다. 위쪽 그립 부분은 고정할 수 있게끔 벨트 처리를 해 삼각대를 세우는 형태다. 그 외 캔버스 천으로 어깨걸이만을 붙인, 서민을 위한 단순한 형태의 백도 제작됐다.

20세기 초 미국에서의 골프붐은 골프백의 패션화를 가속화했다. 영국과 달리 캐디 없이 직접 백을 메는 골퍼가 많아졌고,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골프백이 패션의 일부로 인식됐다. 골프백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원통형의 스틸 프레임, 다양한 색의 캔버스 재질에다 볼 주머니 등 액세서리를 가미했다. 1931년 윌슨사가 가죽으로 제작한 골프백은 당시 45달러라는 고가에 판매됐다. 수입이 많거나 상위 계층이 아니고선 골프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