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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29일(月)
문재인과 마크롱의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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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국제부장

‘선택하라, 행동하라(des choix, des actes).’ 프랑스 최대 노조인 민주노동동맹(CFDT)의 모토다. 사회·정치 산물의 이면에는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 무슨 행위를 하는가에 따라 미래가 정해진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 결과가 개인, 사회, 국가의 질서를 지배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의 판단은 내일의 모습을 정한다.

노조의 천국이자 파업의 나라, 프랑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9세의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노동개혁이 성공한다면 오는 9월쯤 프랑스는 새로운 탄생을 맞는다. 마크롱은 근무시간 증대, 임금체계 개선, 공공일자리 감축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조건을 대형노조와의 산업별 일괄타협이 아닌 개별기업과 노동자 간 자율 협상에 의하도록 시스템을 전환하려고 한다. 주당 35시간의 근로기준도 완화할 생각이다. 노동시장에서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프랑스 병(病)’을 수술하기 위해 마크롱은 지금 차가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복병은 역시 노조다. 현재 프랑스에는 CFDT를 비롯해 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 힘(FO), 프랑스관리직총동맹(CFE-CGC), 프랑스기독교노동자조합(CFTC) 등 5대 노조가 있다. 지난주 마크롱은 5대 노조 대표와 경제인연합회(Medef)를 비롯한 3개 경제·경영협회 등 8개 단체 대표들과 1대1로 면담을 했다. 이전의 슈뢰더 정부, 올랑드 정부는 모두 노동개혁을 외쳤지만 노조의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 프랑스는 국가 경쟁력에서 전통적 라이벌 국가인 독일에 밀렸고, 글로벌 이코노미의 뒷골목을 기웃거리는 처지로 내몰렸다.

철벽노조에 도전하는 마크롱에게 CFDT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비춰주고 있다. 사회당 온건 좌파계인 CFDT는 노조원이 87만5000명으로 지난 3월 71만 명인 공산당 계열의 CGT를 제쳤다. 1919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9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964년 CFTC와 갈라져 둘로 쪼개진 이후 최대 노조 단체에 올랐다. 강성 파업보다 온건 노조 운동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CFDT의 롤랑 베르제 대표도 마크롱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는 “노조에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9월까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11월까지 토론을 해보자”는 입장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베르제 대표로 인해 마크롱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는 마크롱 당선 이틀 뒤 한국의 대통령이 됐다. 둘은 대선 당시 ‘적폐 청산’과 ‘데가지즘(degagisme·구체제 청산)’을 화두로 내세웠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지금 부조리한 관행 척결, 근무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공일자리 증대 등을 외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마크롱의 방안은 문 대통령과는 반대다. 한국과 프랑스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출발선은 다르지만, 문재인과 마크롱은 각각 그들이 그리는 미래로 국민을 초대하고 있다. 양국은 같은 글로벌 이코노미 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 두 지도자의 임기는 5년으로 비슷한 시점에 물러난다. 초대장을 들고 있는 우리는 오는 2022년 한국이 세계에서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개혁의 속도와 과정, 합의의 방식과 방향을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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