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규제 강화하면서 일자리 압박… 재계 ‘좌불안석’

“파트너 아닌 적폐대상 취급”
경제 전문가들 우려 잇따라
경총, 비정규직책 발간 보류
“대립보다 먼저 소통 힘쓸것”

“새 정부가 재계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의 이견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성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자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새 정부가 ‘말문’까지 막고 ‘적폐 청산’ 대상으로 몰아가면서 ‘사면초가’ 상태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되레 정규직화는 물론 신규 일자리도 늘리라는 압박이 더해져 재계가 당혹해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책적 이견을 제시한 것인데도, 새 정부가 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비정규직은 기업이 줄여야 하는 것인 만큼 정책 수요자 얘기를 듣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부회장이 지난 25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이분법으로만 접근하면 갈등만 일으킨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경총은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26일), 김 위원장은 “무소불위의 재벌공화국”(28일)이라고 비판했다.

재계는 말문을 아예 닫았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을 대화의 파트너가 아니라 적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등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경총은 조만간 발간 예정이었던 비정규직 설명 책자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의 일정을 보류했다. 경총 관계자는 “책 발간보다는 정부, 노동계 등과 소통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소통’을 중시하는 신정부가 비판적 의견도 환영해야 소통 부재로 인한 ‘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는 늘리라 하는데 출점 억제 규제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져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관범·임정환·박수진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