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사투 벌이는데… 洑 물 빼는건 농사짓지 말란 얘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경기 일부 지역에서 모내기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는 가운데 28일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 저수지에서 한 주민이 메마른 바닥 위를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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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江 수문개방 앞둔 지역 르포

창녕함안보 물 끌어쓰던 농민
“곧 농번기인데 어쩌란 말이냐”

세종 천연가스발전소도 차질
“수위 내려가면 냉각수 못끌어와”

일각선 “안개 줄어들것” 기대도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농번기에 보를 개방하나.” “지금 보를 개방하면 농사짓지 말라는 말하고 같아요.”

29일 오전 경남 창녕함안보 바로 아랫마을인 창녕군 길곡면 농협 풋고추공동선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오는 6월 1일부터 이뤄질 보 상시개방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강희암(65·길곡면 금곡리) 씨는 “보가 없었을 때는 모내기철에 강바닥에 굴착기가 들어가서 흙을 퍼내고 물을 끌어 올렸다”며 “보를 만든 후 그런 걱정은 없어졌는데 보를 상시 개방하면 물이 부족해 여기 사는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송용재(56·길곡면 정산리) 씨도 “지금 양파를 수확하고 나면 6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에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해야 하고 시설하우스에도 물이 많이 필요한데 보의 물을 빼면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며 “물을 빼더라도 농번기가 지난 뒤 하든지 해야지 지금 보를 개방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송 씨는 “녹조 때문이라면 녹조가 발생하는 7∼8월에 수위를 조절하는 등 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강 공주보 주변 농민들과 자치단체 등도 보 수문 개방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보 상류 세종시 원봉양수장은 현재 보 관리 수위(8.75m)에서 25㎝만 더 내려가도 취수가 어려워지는 등 공주·세종지역 농민 피해가 불가피한 상태다. 농민 김모(78·공주시 소학동) 씨는 “금강보 설치로 물을 끌어다 쓰기가 수월해 영농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가뭄도 심해지고 있는데 아까운 물을 그냥 흘려보내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불안감을 표시했다. 세종시에 전력과 난방열을 공급하는 한국중부발전 산하 공기업인 ‘세종시 천연가스발전소’ 역시 금강 수위가 약간만 내려가도 냉각수 취수 차질로 가동이 어려워진다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발전소 관계자는 “금강 본류에 집수정을 설치해 하루 4300t의 용수를 끌어 냉각수로 쓰고 있는데 수위가 1m만 떨어져도 수압이 낮아져 냉각수를 끌어올 수 없게 된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일부 농민은 보 개방으로 안개나 침수 피해가 줄어 농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창녕함안보 위쪽에서 풋고추 농사를 짓는 김인홍(46) 씨는 “보를 개방하면 수위가 낮아져 안개가 많이 끼지 않고 물도 깨끗해져 개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업무지시로 낙동강 고령보·달성보·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4대강 6개 보를 6월 1일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창녕=박영수·공주=김창희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