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가는 공정위 OB들…‘파수꾼→로비스트’ 논란

5大로펌 14%가 공정위 출신
“취업제한 규정 강화” 목소리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공무원들이 퇴직 후 경쟁적으로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다가,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요즘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공정위 공무원들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꽃놀이패’를 쥐었다”라는 말이 널리 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을 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현직 공정위 공무원들은 ‘끗발’ 세져서 좋고, 로펌 등에 나가 있는 ‘공정위OB’(퇴직 공무원)들은 일감 많아져서 좋다는 뜻이다. 현직 공정위 공무원들은 퇴직할 때가 되면 로펌 등에서 많은 돈을 주고 ‘러브콜’을 할 가능성이 커서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김앤장·광장·세종·태평양·화우 등 국내 5대 대형 로펌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정거래팀 구성원의 이력을 살펴보면, 총원 367명 중에서 공정위 출신이 14.2%(52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세종·태평양 공정거래팀은 공정위 공무원 출신이 30%에 육박했고, 이들 중에는 1급(차관보급) 이상 공무원 출신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대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공정위 출신은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고문(17명)·전문위원(16명) 등으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저격수’라는 평판을 듣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지명하며 공정위의 위상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방어하기 위한 법무법인의 전관 영입 경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할 때 3년간 관련 부서 업무(국장급 이상은 관련 조직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