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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30일(火)
문화 향유권, 국민에 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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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지난주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에서 ‘국민 중심의 문화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국민 중심의 정책이라는 말은 민주주의 정부에서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원칙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 문화 정책이 국민 중심이라기보다는 예술가 그것도 스타 예술가 중심, 국민의 문화 향유보다는 산업 논리가 중심이었기에 이 당연한 표현은 참으로 귀하게 다가온다.

이날 국정기획위의 한 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자본 중심, 권력 중심의 문화정책을 극복하고 국민 문화 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문화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낡은 과거 청산, 예술인의 창작 자유 및 창작 여건의 강화, 국민 문화생활 시대, 중소기업 참여폭 확대를 비롯한 문화생태계 조성, 지역 문화 지평 확대 등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돌아보면 우리 문화 정책은 여전히 1970년대 산업시대 논리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세계적 예술가의 등장을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애국심과 연결해서 본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을 차지한 정명훈이 카퍼레이드를 벌였던 1974년, 당시의 문화에 대한 감각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이 책을 읽고 성찰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보다 노벨 문학상 타는 데 더 많은 예산을 쓰는 식의 지원이 이뤄져 왔다. 노벨 문학상도 좋고, 세계적 한국 예술가들의 활동도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성공이 곧 문화 국가라는 등식은 폐기할 때가 됐다.

스타 예술가 중심 정책에 이어 나온 것이 김영삼 정부 시절 ‘쥐라기 공원’ 영화 한 편의 수익이 현대자동차 수백만 대를 판 것과 같다며 등장한 ‘문화 산업’론이다. 그 뒤 지금까지 문화의 중요도 척도는 얼마나 돈이 되느냐, 그것도 얼마나 수출되느냐에 좌우됐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외양은 화려해졌지만 국민의 문화 지표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인의 최고 여가 활동은 TV 시청이었다. 여가 활동 중 문화예술 관람 활동은 1.2%, 문화예술 참여 활동은 고작 0.6%에 불과하다. 공연 관람료는 만만찮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고 1인당 독서율은 하락 추세다. 시험 공장으로 전락한 공교육에서 예술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쫓겨난 예술 교육은 완전히 사교육 영역으로 넘어갔다. 국내 유수의 한 발레단 단장은 프랑스의 경우 작은 학원에서 발레를 시작한 학생이 재능이 있으면 군 단위 콘서바토리로, 시 단위로, 이어 국공립으로 진학할 수 있고, 콘서바토리의 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진다며 예술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우리 현실과 대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이후 블랙리스트 방지책이 문화 정책의 최대 사안, 최고 핵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대책은 당연히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대책 못지않게 문화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책이 절실하다. 문 대통령이 삶의 질에 무게를 둔 국민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했다. 삶 속에서 여유를 갖고 문화를 즐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chm@
e-mail 최현미 기자 / 문화부 / 부장 최현미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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