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실 폐지 등도 ‘人事 공약’처럼 후퇴 가능성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국내·해외 정보 구분 어려워”
‘국내정보’폐지 공약과 온도차
대공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선
“전반적 조정 과정에서 협의”

경찰청 산하 경호국 설치도
靑 “실상 파악한 뒤에 결정”

청와대의 인사 배제 5대 원칙 구체적 기준 마련 방침에 대해 공약 후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안전정보원 설치, 대통령 경호실 폐지 등 문재인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들도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던 내용이지만, 최근 들어 다른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국정원 개혁안과 관련, “대통령과 서 후보자가 생각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후보자가 취임한 후에 충분한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을 해외안전정보원으로 대체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 “대통령 공약은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단서를 달았다. 서 후보자는 “국내 정보와 해외정보가 물리적으로 구분되기는 어렵다”며 “반드시 없애겠다는 것은 선거 개입 행위나 민간인 사찰, 기관 사찰, 정치와 관련된 정보의 수집 등”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수사권 조정의 과정 속에서 협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 전면 폐지, 국정원 수사 기능 폐지 및 경찰 산하 안보수사국 신설 등을 담았다. 서 후보자 발언과는 온도 차가 있다.

대통령 직속 경호실 폐지와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 설치도 당장 추진되지 않을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실 폐지는 ‘최순실 프리패스’ 논란 등이 공약의 배경이 됐다”며 “경호실의 실상을 직접 보고 어느 정도 개혁이 필요한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 배제 원칙과 관련해 “공약한 것은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에서는 공약 적용에 있어 현실적 조건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과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이러한 과정도 다 거쳤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때 모든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축소한다고 밝혀 공약 파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선거 당시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은 관련 용어조차 사라져 논란이 됐었다. 이전 정부에서도 핵심 공약이 중·장기 과제로 밀려 실현되지 못한 경우 등이 상당했다.

김병채·이근평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