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일만에… 서울 고가공원서 30代 외국인 투신

어젯밤 카자흐스탄 남성 숨져
안전요원 만류불구 뛰어내려
개장 10일 만에 사망 사고
2차사고 방지 안전대책 착수

서울역 고가 보행길인 ‘서울로 7017’에서 30대 외국인 남성이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개장(5월 20일) 열흘 만에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사고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투신 방지 시설과 안전요원을 추가하는 한편, 도로 위 고가공원에서 투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 등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3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50분쯤 서울역 고가공원에서 카자흐스탄 국적 P(31) 씨가 고가 난간 아래 도로로 뛰어내렸다. P 씨는 머리 쪽에 중상을 입고 서울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오전 7시50분쯤 결국 숨졌다.

경찰은 P 씨가 공원 엘리베이터 1호기와 매점 중간 지점 난간 손잡이 봉 위에 다리를 걸치고 서 있다가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유서는 없었고, 이날 오전까지 유족 및 지인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아 P 씨의 투신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목격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시민과 안전요원 등이 말렸음에도 P 씨는 끝내 난간에서 몸을 던졌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는데 이미 P 씨가 추락한 채 쓰러져 있어 바로 인근 백병원으로 옮겼다”며 “그가 자살소동을 일으키다가 유리 난간을 넘어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도 “P 씨가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수술도 채 끝내지 못하고 사망했다”며 “머리 쪽이 크게 다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역 고가공원은 이미 개장 전부터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추락 방지를 위해 길 양쪽에 1.4m 높이 강화유리 난간을 설치했지만,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사고도 고가 하부로 차량 통행이 많은 주간에 발생했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수로 틈이 일정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공원이 서둘러 개장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망사고 소식을 접한 서울시는 현재 야간 경비 인력 5명을 2배 이상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로 7017의 안전 펜스를 기준(1.2m)보다 높은 1.4m로 설치했고 CCTV 29대·스피커 38대·비상벨 15대를 갖추고 있어 안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번 사고로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경비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앞으로 경찰과 함께 안전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기섭·최준영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