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 중인 原電 포기는 矯角殺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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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신고리 5, 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속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듯하다.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공정은 현재 28%다. 지금 건설을 중단하면 그동안 설계와 건설에 투입된 비용, 이미 체결된 기자재 구매계약 비용, 그리고 해약보상 비용 등을 포함해 약 2조 원의 매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는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APR1400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신고리 3,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 및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1, 2, 3, 4호기와 같은 유형이다. APR1400은 지진가속도 0.3g를 기준으로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디게 설계됐고 항공기 충돌 대비 등 최신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세계적인 명차 벤츠 S 클래스에 버금간다.

지난해 9·12 지진을 계기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그 연장선에서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중단이 회자됐다.

하지만 9·12 지진 때 진앙에서 가까운 고리·월성의 원전들은 모두 안전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에 솥뚜껑도 무서운 법이지만, 뒤집어보면 우리 원전이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웬만한 지진에는 끄떡없음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보다 더 큰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내진 설계한 원전의 안전을 믿지 못해 건설 중단을 요구하면서 내진 설계가 전혀 안 돼 있거나 오래된 1990년대의 내진 설계기준을 적용해 건설된 주택이나 아파트에 국민이 거주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합리성이 떨어진다.

신고리 5, 6호기는 최신의 안전요건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고리 부지에 있는 원전 중에서 안전성이 가장 뛰어나다. 이렇게 제일 안전한 신고리 5, 6호기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이 두려워 건설하지 못하게 한다면 현재 고리 부지에서 가동 중인 원전들을 먼저 정지시켜야 옳지 않을까? 과거의 내진 설계기준이 적용된 원전들은 가동을 허용하면서, 최신의 안전요건을 충족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건설을 허가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보면 자국 상황에 따라 에너지 믹스를 결정해 운영하고 있다. 원전 설계기준도 마찬가지로 자국의 부지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면 된다. 우리와 상황이 크게 다른 지역에서나 필요한 조건까지 구태여 반영할 필요는 없다. 필자가 비록 지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에서처럼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신고리 5, 6호기의 내진 설계기준인 지진가속도 0.3g는 충분히 높은 설계기준이고 가동 중 발생 가능한 어떤 지진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6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되므로 신고리 5, 6호기를 건설해도 고리 부지에 있는 원전들에 의한 리스크 총량은 줄어든다. 발전소의 안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인 노심 손상 빈도는 고리 1호기의 경우 1만4500년에 한 번 발생 가능한 수준인 데 비해 신고리 5, 6호기는 그 60분의 1쯤에 해당하는 약 90만 년에 한 번 수준이다.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와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은 어린 시절의 두꺼비집 짓기 놀이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에 비유된다.

고리 1호기가 운전을 시작한 이래 지난 40년간 운영된 국내 원전들의 운전 이력을 누적하면 무사고 가동 연수가 500년을 넘는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단지 기우(杞憂) 때문에 안전성이 한층 향상된 원전의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