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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31일(水)
테마공원 퇴장의 韓·日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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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지난 28일 경남 창녕의 ‘부곡 하와이’가 결국 문을 닫았다. 부곡 하와이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79년. 앞만 보고 끊임없이 달려야 했던 압축 성장 시대의 한복판.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제주 가는 비행기 한 번 타 본 게 평생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최신식 물놀이 시설과 식물원, 놀이공원, 호텔까지 갖추고 화려한 극장 쇼를 매일 무대에 올리던 부곡 하와이는 그때, ‘진짜 하와이’에 못지않았다. 어른들에게는 단골 신혼여행지였고, 변변한 놀이터나 수영장 하나 제대로 없던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천국과도 다름없는 신세계였다. 부곡 하와이 폐업의 직접 원인은 부실 경영이었겠지만 사실 부곡 하와이를 무너뜨린 ‘진범’은 세월이 아니었을까. ‘늙은 테마파크’는 빠르게 바뀌어 가는 여가 문화를 따라잡는 데 숨이 찼고, 시설 재투자 시기를 놓치면서 경영난은 가중됐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한 해 250만 명이던 입장객은 지난해 24만 명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감원까지 해가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부곡 하와이는 단순한 유기시설을 넘어 추억을 공유하는 ‘공적인 공간’에 가깝다. 어떤 이들에게는 유년시절을 지배하는 기억의 조각이고, 다른 이들에게 젊은 날을 회상케 하는 추억의 공간이다. 비록 낡고 초라해졌어도 차곡차곡 쌓인 시간은 추억을 불러낸다. 부곡 하와이 퇴장 소식을 접한 이들이 보여주는 상실감은 그래서일 것이다.

퇴장하는 부곡 하와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아쉬움이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사라지는 것들을 대하는 자세다. 우리는 손때 묻은 것들을 너무나 마구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효용가치와 손익계산 너머의 셈할 수 없는 가치에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닐까.

부곡 하와이의 쓸쓸한 퇴장은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의 우주 테마공원 ‘스페이스 월드’와 비교된다. 1990년 4월 문을 연 스페이스월드는 27년 만인 오는 연말 폐원한다. 폐원 시기까지 발표해놓고도 스페이스월드는 지난 3월 ‘더 파이널 2017’이란 제목의 시리즈 CF를 만들었다. 전 직원이 출연한 CF는 “모든 사람이 다시 한 번 와줬으면 좋겠습니다”는 비장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문 닫습니다. 전원 집합’이란 힘찬 구호로 끝을 맺는다. ‘일생일대의 경험, 테마마크 폐장 체험’이란 구호를 앞세워 아르바이트생도 다시 뽑았다. 스페이스월드 역사를 되돌아보는 회고전도 곧 개최한다. 마지막까지 즐겁게 손님을 맞으며 폐장마저 멋진 이벤트로 치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할 수 없었을까. 부곡 하와이를 따스한 추억으로 간직한 이들에게 마지막 방문 기회를 주고, 무대 위에 섰던 왕년의 가수들을 초청해서 다시 공연을 꾸미고…. 경영난으로 이런 이벤트가 어려웠다면 지방자치단체나 한국관광공사가 도움을 줄 방도는 없었을까. 부곡 하와이 폐업은 세월의 변화 속에서 쓸모를 잃고 퇴장하는 것들에게 어떻게 예의를 갖출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간추리자면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집단의 추억’을 대접하는 방식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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