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시민영웅… 4억대 사기 가담 덜미

2012년 ‘여의도 흉기난동’ 때
피해자 도와줘 경찰표창 받아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와 경찰 표창을 받았던 ‘의인’이 사기 피의자로 전락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자신들이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라고 속여 4억2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4명을 붙잡아 A(45)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2012년 8월 이른바 ‘여의도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범인이 계속 흉기를 휘두르며 활보하는 중에도 피하지 않고 다친 피해자의 지혈을 도왔다. 그 공로로 그는 같은 해 9월 경찰로부터 ‘중요범인 검거 유공 감사장’을 받았다. 그러나 전과 10범의 ‘프로 사기꾼’ 문모(78) 씨를 만나면서 ‘시민 영웅’의 추락이 시작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주범인 문 씨 등과 함께 피해자 B 씨에게 접근, “5억 원을 빌려주면 본부 벙커에서 수표를 발행해 돌려주겠다”고 속여 4억2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시로 B 씨를 만났고, 등산·식사·술자리 등으로 B 씨의 환심을 사 올해 1월 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 가운데 2000만 원을 생활비로 쓰고 4억 원을 문 씨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모 정당의 중앙당 위원회 간부 출신으로, 경찰에 체포된 뒤 수치심에 표창장을 받았던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