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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02일(金)
복서로도 人間으로도 ‘위대한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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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티스트 / 월터 딘 마이어스 지음, 이윤선 옮김 / 돌베개

“루이빌의 깜둥이들은 개처럼 취급당하고 있는데, 왜 정부는 내게 군복을 입혀 집에서 1만7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가서 베트남인들에게 폭탄과 총탄을 퍼부으라고 할까. 자유란 자신의 종교를 따를 수 있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선택할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입대를 결정할 때가 되었을 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미국답기를 바란다.”

1966년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하는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발언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반전 평화운동가가 아니라 켄터키 루이빌 출신의 권투 선수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우리에겐 무하마드 알리(1942∼2016)로 기억되는 영웅이다. 3일 알리의 1주기를 맞아 나온 알리 평전 ‘더 그레이티스트’는 전설의 복서 알리뿐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운동가로서의 면모 그리고 예외 없이 육체적 한계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인간 알리를 담았다.

평전은 1964년 마이애미비치, 세계 헤비급 챔피언 소니 리스턴과의 경기를 앞둔 클레이의 대기실에서 시작된다. 이 시합은 특유의 근성으로 열여덟 살에 올림픽금메달을 거머쥐어 순식간에 미국 흑인의 영웅이 된 클레이의 운명을 가른 경기였다. 그는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고 미친 듯이 눈동자를 굴리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심장 박동수는 평상 시의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클레이는 대기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sting like a bee)’.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리스턴은 코웃음을 쳤고 기자들은 클레이가 겁에 질렸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클레이는 모든 예상을 깨고 서른한 살의 챔피언 리스턴을 무너뜨렸다. 챔피언의 탄생은 드라마틱하다.

열광이 쏟아졌다. 최전성기의 실력뿐이 아니라 예쁘장하다고 할 정도의 외모, ‘나는 더 그레이티스트’라고 외치며 대중매체가 필요한 이미지를 스스로 제공할 줄 아는 쇼맨십.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 같았다. 하지만 그의 미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긋났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은 이슬람 교도이며 이름도 무하마드 알리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몇 해 전부터 그는 인종 분리를 표방한 흑인운동단체 이슬람 국가에 경도됐었다. 이들은 비폭력 운동에 반대했고, 흑인들만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 전쟁에도 반대해 징집 거부로 5년 형을 구형받게 된다. 권투계 추방이 이어졌다. 당시 사람들은 알리가 이슬람 국가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했지만 알리의 신념은 확고했고 자기 행동의 결과를 기꺼이 감수했다. 시간이 지나 그의 신념에 손을 들어준 것은 미국 사회였다. 인권·평화 운동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은 그를 다시 링 위로 불러들인다.

2001년에 출간된 평전은 1996년 파킨슨병에 걸린 알리가 느릿느릿하게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는 순간으로 대략 마무리한다. 마틴 루서 킹의 부인인 코레타 스콧 킹 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월터 딘 마이어스는 알리를 단순한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승리만큼이나 패배도 담았다. 권투선수로서의 패배뿐 아니라 시간과 병이라는 한계 앞에 쓰러진 인간의 운명 말이다. 여기에 스포츠 산업으로서 권투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 신체적 손상이 일으키는 후유증, 자본에 휘둘리는 약육강식의 구도에 주목한다. 알리의 파킨슨병도 권투의 후유증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은근히 제기한다. 하지만 알리는 이 모든 인생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멈추는 법 없이 뚫고 나아갔다. 그래서 그는 살아서도, 또 죽어서도 자신의 외침처럼 ‘더 그레이티스트’로 남게 됐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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