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위장전입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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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위장전입이란 실제로 살지 않으면서 주소만 옮겨 놓는 것을 말한다. 좋은 학교에 자식을 입학시키거나, 부동산 투기를 위해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하지만,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다. 위장전입 문제는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논란이 돼온 단골 메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인사청문회 대상자 300여 명 가운데 20여 명이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했거나 간신히 청문회를 통과했다. 위장전입으로 사퇴한 첫 고위공직자는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일가족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무려 16차례나 했다. 위장전입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한 건 김대중 정부 때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부터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장관이 포함되기 시작한 2005년부터는 논란이 더욱 뜨거웠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4명의 인사가 부동산 투기 등을 위한 위장전입으로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이 전 대통령 본인부터 5차례에 걸친 위장전입을 비롯, 13명의 고위 공직자가 스스로 인정했으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을 제외하고는 사과하는 선에서 넘어갔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대부분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지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하고 4명은 청문회를 통과했다.

미국의 경우 고위직 후보자들을 2∼3개월 전부터 철저하게 사전검증한 뒤 공개 지명한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경우는 1900년대 이후 3명뿐이다.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는 국가가 많은 유럽에서는 별도의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우수 학군을 찾아 위장전입 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미국 워싱턴DC의 경우 2012년 위장전입 방지법을 제정했을 정도다. 교육 목적이더라도 적발되면 90일 이하 구금 또는 2000달러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에서도 인기 공립학교에는 위장전입자가 몰리지만, 교육청이 입학원서의 10%를 무작위로 뽑아 검증하는 방식으로 걸러내고 있다.

2일부터 문재인 정부의 초대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위장전입에 대한 질타와 사과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동인(動因)이 없어지지 않는 한 위장전입 문제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