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가 된 명화 속 주인공들… 어지러운 현실에 무엇이 참인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경아 작가는 참과 거짓을 분별하기 어려운 역사와 현실 앞에서 무엇이 ‘참’인지 고민하는 과정에 ‘피노키오’ 연작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민경아 작가 제공

민경아 ‘거짓말로 참말듣기’展

‘미술계의 피노키오’로 유명한 민경아 작가가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갤러리 자인제노(02-737-5751)에서 ‘거짓말로 참말 듣기’ 판화전을 연다.

민 작가는 참과 거짓을 분별하기 어려운 역사와 현실에서 무엇이 ‘참’인지 고민한 작품들을 최근 잇달아 전시회에서 선보여 왔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 동양과 서양이 혼재된 분위기를 배경으로 시 한 편을 짓듯, 소설의 한 페이지를 쓰듯, 연극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피노키오는 나무 덩어리에서 인형으로 만들어지고 영혼을 받아 사람이 되어 가는데 이러한 과정이 바로 미술의 본질과 유사하다”며 “피노키오 연작은 어떻게 ‘거짓’을 제대로 잘 만들어 나의 ‘참’을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해온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피노키오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동물의 몸과 사람의 얼굴을 합하고 사람의 얼굴에 피노키오의 코를 합해 탄생한 새로운 생명체도 눈길을 끈다.

미술평론가 전혜정은 “민경아의 작품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 속 인물들은 모두 피노키오가 된다”며 “그의 작품 속 피노키오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종교와 예술이 혼재된 존재로 그것을 통해 나약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평했다.

한편 민 작가가 20여 년간 작업하고 있는 리노컷 판화에서는 검정과 흰색의 대비 및 조화가 돋보인다. 리노컷 판화는 19세기 중반에 발명된 판화 기법으로 목판화와 목각의 중간에 해당하는 부조 판화다.

두꺼운 리놀륨 판을 조각도와 끌로 깎아 내는 볼록판으로서 목판화에서 발전한 형태다.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가 이 방식으로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낸 바 있다. 리노컷 판화 작업을 통해 민 작가는 다양한 검정의 명도를 세련되게 조절하고, 점선 면의 조화를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 작가는 고려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 가 판화를 전공하고 귀국 후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 판화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갤러리 자인제노 초대전을 마친 후 바로 독일 비텐베르크와 드레스덴에서도 초대전을 갖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