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100원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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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택시는 도회지의 정서를 품은 교통수단이다. ‘택시 뒤창을 적신 빗물 사이로 널 봐야만 한다…’고 김연우가 ‘이별 택시’를 노래했듯이, 번잡하고 매끈한 도로 위를 달리며 도시인의 희로애락을 공유한다. 버스·지하철과 달리 정해진 경로가 없는 대신 훨씬 비싼 요금을 치러야 한다. 그런 택시가 산골 벽지의 거친 도로를 달린다.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버스정류장이나 읍·면 소재지까지 가는 데 100원짜리 동전 하나면 그만이다. 이른바 ‘100원 택시’다.

100원 택시는 문재인 정부의 신데렐라 정책으로 떠올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지사 재직 시 성가를 높인 100원 택시를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미 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의 보고를 받고 내년 시행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정 1·2인자를 든든한 백으로 두었으니 질주할 일만 남았다.

전남도가 100원 택시를 도입한 것이 2014년이다. 보성에서 시작해 오지가 없는 목포를 제외한 21개 시·군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해만 39만 명이 이용했다. 100원을 넘는 비용은 물론 지자체가 댄다. 전남이 부담한 예산이 연간 27억여 원이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300억∼400억 원이면 충분하다. 100원 택시는 여러모로 효자다. 주 고객인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목적은 병원(37.5%)과 시장(34.1%)행이 주류다. 원할 때마다 치료받으러 갈 수 있으니 의료시설의 외연을 늘린 셈이다. 텅텅 비는 버스 노선 신설보다 돈이 훨씬 덜 든다. 침체에 빠진 지역 택시업계도 활로를 찾았다.

원조는 따로 있다. 충남 아산시가 2012년 10월 ‘마중택시’를 시범 운행한 것이 시초다. 이 총리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를 벤치마킹한 공약을 내건 뒤 확대 재생산했다. 기초단체-광역단체-전국으로 상승 계단을 밟는 셈이다. 이미 따복택시(경기) 희망택시(충남 서천) 행복택시(경남 하동) 별고을택시(경북 성주) 마실택시(울산) 등 이름도 다양한 100원 택시들이 전국 산길을 누비고 있다. 주민 만족도는 최상이다. 좋은 정책은 전염된다.

가장 비싼 교통수단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돕는 100원 택시의 발상 전환은 놀랍다. 거창한 무상복지를 떠들거나 거액을 들이지 않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점은 더욱 돋보인다. 국민이 향후 이 총리에게서 기대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