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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07일(水)
不平等 원인은 ‘세계화’ 아닌 ‘정치 포퓰리즘과 낡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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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4 세계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얼마 전 방한했던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중에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The Lexus and the Olive Tree : Understanding Globalization)’가 있다.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에서 ‘렉서스’는 냉전체제를 벗어난 뒤의 세계화와 번영을 상징하고, ‘올리브나무’는 과거의 민족, 문화, 국가 정체성에 천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은 멈출 수 없는 세계화의 기차를 타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 경고한다. 또한, 미국화로 공식화될 수 있는 세계화의 소용돌이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세계화 흐름에 올라타기를 저항하는 개발도상국을 배려해주어야 한다는 논지를 담고 있었다. 1999년에 씌어진 책이다. 18년이 지난 지금, 세계화의 전도사 미국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화는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자와 중산층의 이익을 좀먹는 체제이고 원흉으로 지탄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는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이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설파했고,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했다. 그리고 당선됐다. 미국 대선의 전초전과 같았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마찬가지였고, 많은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지난 5월의 프랑스 대선에서도 세계화는 문제의 중심이자 화두였다. 세계화, 자유무역, 임금 불평등 그리고 문 걸어 잠그기. 이들 국가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렇게 세계화는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것일까?

◇세계화를 위한 변명

먼저 세계화에 대한 각 국가의 의견이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퓨리서치 센터에서 2016년 실시한 자유무역 및 세계화 전반에 대한 주요국 여론조사는 많은 정보를 준다. 세계화가 ‘임금을 낮추고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답변과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만들어내 경제성장을 이루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두 가지 답변에 대한 비율을 비교해 보았다. 흥미롭게도 부정적 의견이 긍정적 의견보다 많은 국가는 미국과 그리스, 두 국가뿐이었다. 2015년 국가부도 사태에 이를 뻔한 그리스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국가는 미국뿐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세계화에 대해 긍정적 인식이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였고, 그 뒤를 스웨덴, 독일, 영국이 따랐다. 긍정 여론과 부정 여론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국가도 네덜란드였고(48%포인트), 스웨덴과 독일이 46%포인트 그리고 중국과 영국의 순이었다. 국민전선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갔던 프랑스에서도 긍정적 여론이 51%로 부정적 여론인 45%보다 많았다. 한창 수출과 개발에 온 국력을 쏟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서도 세계화는 그들의 국부를 늘려 줄 수단이지 일자리를 뺏고 임금을 낮추는 존재는 아니었다. 결국 미국과 경제 위기를 겪는 그리스, 그리고 마찬가지로 풍전등화처럼 경제적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이탈리아 정도가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반대 혹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KOF에서 발표하는 세계화 지수는 크게 세계화 정도를 경제적 세계화, 사회적 세계화 그리고 정치적 세계화로 구분한다. 이 중 경제적 세계화 지수는 무역 물동량과 자본의 수출입량 수준, 외국 자본과 물품 수출입에 대한 규제 수준 등을 고려하여 측정해낸다. 2014년 발간된 지수에 의하면 경제적 세계화가 가장 진전된 나라로는 어마어마한 금융자본이 몰리는 싱가포르(97.77)가 꾸준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뒤를 네덜란드(93.06)가 따르고 있고, 헝가리(88.75), 스웨덴(85.48), 영국(82.99) 등의 순이다. 세계화에 대한 맹비난을 퍼부은 대통령을 선택한 미국의 세계화 지수는 정작 총 163개국 중 54위에 그쳤다(71.58). 많은 세계화 척도의 상위권을 유럽 국가들이 차지한 것은 EU의 경제공동체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과 같은 국가들보다도 미국은 세계화 척도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물론 미국은 꽤 세계화된 국가임에는 틀림없지만, 현재의 경제 불평등의 원인을 전적으로 세계화에 돌리기에는 그 정도가 낮아 보인다.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미국보다 세계화 지수가 월등히 높은 네덜란드나 헝가리, 스웨덴에서는 왜 세계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2%, 56%, 71%에 육박하고 있는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화로 인한 폐해를 토로하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세계화가 덜 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이렇게 뭇매를 맞는 주원인은 경제 불평등을 만들어낸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본격적으로 세계화가 진행되었다고 하는 1980년대 중반부터 소득불균형은 심화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여타 선진국 대비 소득불균형의 정도가 심한데, 2014년 미국의 지니계수는 0.394로 칠레와 멕시코 다음으로 불평등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였다. 상위 20%의 소득수준이 하위 20% 소득수준의 8.7배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컸다. 하지만 세계화가 가장 진전된 것으로 나타난 네덜란드나 헝가리, 스웨덴의 경우는 반대 상황이다. 네덜란드의 지니계수는 0.283이었고, 헝가리와 스웨덴의 경우도 0.288과 0.281로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도 하위 20%의 4.3, 4.5, 4.2배로 미국의 반 정도에 그쳤다. 좀 더 면밀한 통계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세계화의 진행 수준과 국가 내 소득불평등 간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세계화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미국은 실제로 최고 수준의 세계화가 진행된 국가도 아닌데, 과연 불평등마저도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쯤 되면 세계화는 억울하다고 할 만도 하다.

◇범인은 누구?

1920년대 말 대공황 발생 전 미국의 임금 격차는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버클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이매뉴얼 사에즈 교수 연구에 따르면, 1928년에는 미국인의 90%가 차지하는 소득이 전체 미국인 소득의 50.7%에 불과했다. 상위 1%가 무려 23.9%의 소득을 차지하는 매우 불균형적인 구조였다. 대공황과 2차 세계 대전과 같은 외부 충격, 그리고 노동권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법제화에 따라 1944년에는 하위 90%의 미국인이 67.5%의 소득을 거뒀고 상위 1%의 소득은 전체의 11.3%에 그쳤다. 최근 대공황 이전의 상황이 다시금 재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 하위 90%의 소득은 49.6%로 하락한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22.5%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주범이 아니라면 이 소득불평등의 원인은 어디 가서 따져야 하나? 미국인의 소득수준은 어쩌다가 선진국 중 가장 양극화가 심해졌을까. 유수한 석학들은 여러 가지 원인을 내놓는다. 먼저 세계화로 인한 값싼 노동력과 미국 노동자들의 상대적 경쟁력 상실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기계화와 자동화를 비숙련 노동자들이 뒤처지는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화보다도 로봇으로 인한 노동력 대체와 자동화가 미국 노동자들의 훨씬 더 무서운 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자동화와 로봇이 2020년까지 500만 개의 일자리를 인간으로부터 빼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씨티은행과 옥스퍼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일자리의 35%가 로봇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미국의 경우는 47%로 그 비율이 더 높았다. OECD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수치는 57%로 상승했으며, 값싼 노동력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중국의 경우 무려 77%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해 대체될 것으로 예측됐다.

불행히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임금 격차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 컨설팅 산하 연구기관인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GI)는 2016년 6월 보고서에서 로봇 자동화로 인해 2055년(±20년)까지 약 50%의 업무 활동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화가 직업에 주는 영향은 업무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복적이고 단순한 수집 및 분석작업 중 상당수는 자동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 가능성이 낮은 직업은 경영직과 전문직으로 이러한 분야에서도 인간만의 감성이나 감각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는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약 3만1000건의 법률 행정업무는 벌써 자동화됐고 의료업체 상당수가 자동화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약 20%의 CEO 업무도 자동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업의 선택이라면, 일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미국을 다시 예로 들자면, ‘그렇지 않다’가 답이다. 미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16년 현재 약 10.7%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공무원 노조 가입률(34.4%)이 높은 것에 의한 것이고, 사기업 노조 가입률은 6.4%로 매우 낮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데, 비노조 노동자들의 임금은 노조 가입 노동자들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미국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이 항상 낮았던 것은 아니다. 1935년 와그너법이라 불리는 노동관계법이 통과된 후, 미국인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꾸준히 상승세였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기업 노조 가입률은 1979년쯤 34%였던 것이 2012년에는 10%로 급격히 감소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소득불평등과 확연하게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노동조합 가입 여부만을 탓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다. 창의력이나 감성을 요구하는 업무는 사람이 컴퓨터나 로봇보다 더욱 쉽고 신속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일자리와 직업에는 준비된 적합한 교육체제와 개인의 재교육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이 주는 교훈은 크다. 독일은 유럽에서 제일 큰 로봇 자동화 시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득불평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 비밀은 독일이 유지하고 있는 높은 견습직 비율에 있다. 1인당 2만5000∼8만 달러의 견습비를 독일 회사들과 정부가 투자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조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없이는 근로자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사회가 함께 치르게 될 것이다. 독일에서는 근로자들이 급격히 변하는 일자리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물론, 기업과 국가가 함께 그 비용을 부담하여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는 취지에서 이러한 견습체제가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어떤 국가는 큰 불평등의 증가 없이 잘 버티고 있는 반면, 다른 국가는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데이터에서 살펴보았듯이, 세계화와 소득불평등, 그리고 국민의 세계화에 대한 인식은 간단하게 도식화되지는 않는다. 분명히 세계화를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현명하게 국부를 차곡차곡 쌓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국내 정치와 경제로 귀결된다. 세계화를 지탄하기 전에 불어 닥치는 자동화와 숙련 노동자 위주의 산업 재편 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끊임없는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부의 편중과 불평등은 자연스럽게 교육의 불평등을 낳고 이는 결국 부의 세습화의 악순환만을 낳는다. 이 사슬을 끊기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켜야 하는 마지막 보루는 질 높은 공교육의 확보다. 세계화가 몇몇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 조금은 억울하게 애물단지가 됐고, 이대로 세계화 열풍은 멈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스트뿐만 아니라 세계의 내로라하는 지성인도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을 강조하며 비판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억울함은 둘째치고, 소득불평등을 야기하는 범인이라는 오명을 쓴 채 세계화는 이대로 멈출 것인가.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역시 답한다.

세계화로 인한 경제 성장과 피해, 그리고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저항은 반복돼 왔다. 19세기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쳤을 때, 영국이나 스웨덴 같은 노동집약적 국가들은 1870년대에 불어 닥쳤던 세계화 속에서 이윤을 창출하며 노동자 임금을 높여주면서 국내 소득 격차를 줄이려 노력했다. 반면에 노동자보다 토지와 같은 자본집약적이었던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Act)을 통해 수입을 제한하려 했다. 1930년 의회를 통과한 이 법은 2만 개가 넘는 수입 품목에 평균 60%에 달하는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미국의 방향을 극보호주의로 전환시켰다. 물론 다른 교역국들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행했다. 영국은 금본위제를 버렸고 1932년에는 모든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독일은 공업 수출품이 40% 가까이 급감하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고 많은 독일인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그 후의 일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독일에서의 나치즘 출현과 정당정치의 붕괴, 혼란 속에서 등장한 증오 정치의 괴물은 세계를 삼켜버렸다. 헤겔은 역사로부터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훈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되돌아본다면 최악의 결과를 반복하는 것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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