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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Premium Life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07일(水)
예술을 사랑한 까르띠에… 황홀한 유혹을 전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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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하이라이트 전 중 버니 크라우스, 런던 스튜디오 유나이티드 비주얼 아티스트 협업의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전시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제공

스스로를 ‘아름다움의 노예’라 칭하는 작가가 있다.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설치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이 그 주인공. 지난 4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열리고 있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하이라이트(HIGHLIGHTS)’ 전시회를 찾았을 때 발견한 오토니엘의 작품들은 스스로 칭하는 별명에 걸맞게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한 전시실 벽면 가득히 전시된 작품 ‘사랑의 풍경’은 1997년 오토니엘이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인근 무라노섬에서 직접 작업한 작품이다. 하트나 반지 모양의 유리 공예품이 색색의 실에 연결돼 커튼 혹은 목걸이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은 관능적이면서 유혹적이다. 그와 함께 전시된 ‘유니콘’은 화려한 왕관과 목걸이 그리고 계급을 상징하는 지게 등이 어우러져 유니콘의 순수함과 권력의 힘을 동시에 보여주며 양면성에 집중한다. 두 작품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실 안에서 관람객들은 매혹된 표정으로 한참을 발을 떼지 못했다.

까르띠에가 보석으로 사람을 반짝이게 만들어 주는 것처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예술 작품으로 사람들이 반짝이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오는 8월 15일까지 SeMA에서 열리는 하이라이트 전은 전 세계 작가 25명의 작품 100여 점을 볼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회다. 파리 소재 까르띠에 재단과 SeMA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기획됐다. 1984년 설립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1994년에 설계한 파리의 재단 건물에 자리를 잡은 이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현대미술 전시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한편, 미술가와 과학자, 철학자, 음악가, 조각가들을 서로 만나게 해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한다. 지금까지 전시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전 세계인들에게 선보여왔다. 전시회에서 공개된 소장품은 50여 개국, 작가 350여 명, 1500여 점에 달한다. 재단은 아티스트들과 지속적이고 친밀한 교류를 통해 전시회를 위한 작품을 의뢰한다. 그 덕분에 일반 전시회와는 차별화된 특별한 작품들로 구성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  장미셸 오토니엘 작가의 ‘사랑의 풍경’.

▲  일본 기타노 다케시의 ‘동물과 꽃병들’.

이번 하이라이트 전에서도 세계적인 작가들이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전시실을 디자인하고, 전시장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등 적극적으로 공간을 재창조해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층 전시장 외부 공간에 설치된 미국 작가 사라 지의 설치예술 작품 ‘솟아오르는 것은 모두 덮어야 한다’ 역시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새로운 소품들로 재창조됐다. 이 구조물은 SeMA 어디에서 봐도 보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수많은 일상의 사물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구조물에 매달려 마치 우리의 일상이 돌아가는 듯, 삶의 순환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이라이트 전의 공간 구성은 ‘발견’ ‘명상’ ‘문학’ ‘소리’ ‘놀라움’이라는 각각의 주제에 따라 나뉜다. 넌스탠다드 스튜디오 이세영 디자이너가 조감도를 구상했다. 이 주제에 따라 론 뮤익, 데이비드 린치, 레이몽 드파르동, 쉐리 삼바, 클라우디아 안두자르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의 장미셸 알베롤라와 마크 쿠튀리에는 SeMA 공간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특히 쿠튀리에는 2층에는 흑연으로 작업한 흑백의 ‘셋째 날의 드로잉들’을, 3층에는 천지창조 넷째 날 빛이 있게 된 후를 표현한 다양한 색감의 ‘넷째 날의 드로잉들’을 직접 벽화로 그려 작업했다. 까르띠에 재단은 이처럼 폭넓은 스펙트럼의 미술인 및 지식인들과 소통하며 ‘호기심’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국내 작가들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감독 형제 듀오 ‘파킹 찬스(PARKing CHANce)’가 선보이는 영상 작품 ‘격세지감’도 특별히 최초로 공개됐다. 18분짜리 3D 영상 작품인 격세지감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재구성, 재촬영해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높았던 영화 개봉(2000년) 당시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대비한다. 영상 마지막에 촬영지가 남양주 세트장임을 상기시키며 관객들을 현실로 돌아오게 하는 장면은 생각할 지점을 열어놓았다. 웹툰,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선우훈, 이불 등의 작가들도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 기획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작가 중 하나는 론 뮤익이다. 호주 출신 극사실주의 작가 뮤익의 가로 6.5m, 세로 1.6m, 높이 3.9m의 거대한 조각인 ‘침대에서’ 작품은 나른하면서도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피부 위로 비치는 핏줄과 잔주름, 미간 주름, 팔꿈치 주름, 속눈썹, 갈색 눈동자 등을 충격적일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그래서 오히려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  론 뮤익 작가의 ‘침대에서’

황지원 도슨트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보면 모든 것이 크게 보였던 어린 시절 엄마가 침대에 누워 고민하고 있던 모습을 봤던 장면을 떠올리는 등 기억이나 상상, 꿈속 어떤 순간을 건드린다”면서 “인간의 근원적 모습에 대한 어떤 감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라이트 전에서는 40여 점뿐인 뮤익의 작품 중 3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요코오 다다노리(橫尾忠則)의 ‘113 초상 연작’은 과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약한 경험과 회화 작가로서의 실험적 도전들이 더해져 마치 포스터 같으면서도 각각 회화 기법이 다른 재밌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초상화 대상은 에르베 샹데스 까르띠에 재단 관장과 작가 등 재단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하이라이트 전은 인류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여러 음악가와 생물음향학자 버니 크라우스, 런던 스튜디오 유나이티드 비주얼 아티스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전시회’에서는 환경 문제를 다룬다. 1968년부터 동물들의 소리를 수집해온 아카이브를 활용한 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동물의 소리가 얼마나 사라지는지 소리들의 합주로서 느낄 수 있게 한다. 마치 숲으로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불러오는 전시 공간에서 관현악처럼 작은 동물의 소리, 포효하는 소리, 새소리, 물소리 등이 어우러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라져버린 원시 우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라지는 인간의 소리를 안타까워하는 작품도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인 레이몽 드파르동이 아내 클로딘 누가레의 음향작업과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한 영상 ‘그들의 소리를 들으라’에서는 소멸돼 가는 부족들의 언어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북부와 베네수엘라 남동부에 거주하는 3만여 명에 불과한 인구가 사용하는 야노마미, 야노마에 등 4개의 언어에 대해 야노마미족이 나와 언어가 사라지는 슬픔을 이야기한다.

뉴욕의 건축가 딜러 스코피디오와 렌프로가 제작한 ‘출구(Exit)’라는 제목의 몰입형 비디오 설치 작품에서는 인구 변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 전에서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예술인들의 작품을 만나며 잔잔한 일상에 충격과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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