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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07일(水)
스파이戰 격화 거스르는 국정원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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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미국과 중국 간의 스파이전(戰)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내 정보원 20여 명이 처형되거나 투옥됐다고 보도했으며, 그 후 미국에서도 중국 스파이 검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계 여성 케이시 첸(32·중국명 천쓰)이 수출 금지된 우주통신 설비를 밀반출한 혐의로, 그리고 미국인 4명과 중국인 2명 등 7명이 기포강화 플라스틱 관련 기술을 빼내려다가 기소됐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에서 발각된 중국 스파이는 154명(2017년 5월 기준)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2010년 이후다.

미·중 양국 첩보전은 냉전 시절 미·소 첩보전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과 화교를 활용한 중국의 ‘스파이 인해전술’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은 군사·산업 기술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중국 최대의 연구·개발(R&D)은 스파이 망과 인터넷 해킹에 의해 이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은 이번 달부터 외국 기업을 포함한 자국 내 기업의 인터넷 데이터를 중국 내에만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골자로 한 ‘사이버보안법’을 시행하는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도 대(對) 중국 정보 역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CIA는 중국어 및 중국 지역학 전공자들을 우대하고 있는데, 중국이 이를 역이용해 유학 온 백인 남학생을 포섭해 CIA에 침투시키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중·일 첩보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일본인 1명이 중국 랴오닝(遼寧)성에서, 그리고 지난 3월에는 각각 3명씩 총 6명의 일본인이 산둥(山東)성과 하이난(海南)성에서 간첩죄로 체포됐다. 이로써 중국에서 검거된 ‘일본인 간첩’은 2015∼2016년에 체포된 5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이 됐다. 일본도 중국 간첩 활동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 대원과 결혼한 중국 여성들도 주목의 대상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신분으로 인해 일본 여성을 신부로 맞기 어려운 자위대원들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중국인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조용하다. 한국에서 검거된 외국 스파이는 사실상 없다. 탈북자로 가장한 중국 교포 1명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은 냉전 시기 베를린·빈과 같은 ‘스파이 천국’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은 미·중·일·러·북한 스파이전의 무대가 될 만한 정치적·지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 정보는 물론 미국이나 북한과 다른 주변국들의 정보를 우회 입수하는 루트도 된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관련자의 주요 이동통로 및 은신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해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하고, 대공수사권을 없애는 ‘국정원 개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말이 개혁이지 해체 수준이다.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서훈 국정원장도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를 물리적으로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엔 연방수사국(FBI)이라는 강력한 방첩 조직이 별도로 존재한다. 국정원 역할을 해외에 한정시키고 대공수사권을 없애려면, FBI와 같은 국내 정보 및 방첩 담당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공(對共) 업무가 마비될 뿐 아니라 날로 강화되는 주변국의 스파이전에 대처할 수 없다. 그런데 CIA는 미 국내 정보에도 관여하고 있다. CIA의 ‘국가자원부(National Resource)’는 미국 내 기업·대학·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해외 정보망 구축 및 외국 스파이 침투를 방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정치 개입과 도·감청의 문제도 기계적으로 다뤄선 안 된다. 최근 미국의 ‘러시아 게이트’가 보여주듯이 미 정보기관은 백악관 관계자를 포함한 국내 정치인에 대해서도 도청하고 있다. 이번 도청은 FBI가 했는데, 국가안보국(NSA)이란 도·감청 전문 기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문영역별로 조직을 분할시키는 것도 정보집중을 막기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 통합 쪽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미국도 9·11테러 이후 정보를 총괄하기 위해 국가정보국(DNI)을 신설했다.

공공 여론이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공작원(agent of influence)’의 존재도 스파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요 인사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콤프로마트(Kompromat)’ 공작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최근 러시아 정보기관에 의한 가짜뉴스(fake news)가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문제가 됐다. 그러나 명칭과 수단이 바뀌었을 뿐, ‘마타도어 전술’은 고금 불변의 기법이다.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표어로 삼고 있다는 성경의 한 구절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해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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