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文대통령 人事의 4가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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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정치하는 요체는 인재를 얻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담당자가 그 직무에 적합한 자면 모든 일이 다스려진다.’ 세종대왕의 ‘인재론’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든 통용되는 경구(警句)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리더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결국 인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인사가 곧 만사(萬事)’라고는 하지만 실제 인사로 성공한 예는 그렇게 많지 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직선제로 탄생한 역대 대통령 중에 그렇게 인사에서 호평을 받은 대통령은 없다. 2005년부터 국무위원으로 확대된 인사청문회에서 노무현 정부는 낙마율이 3.8%(78명 중 3명), 이명박 정부에선 9.0%(111명 중 10명)로 늘어나다가 박근혜 정부 때는 14.5%(62명 중 9명)로 크게 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인사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가지를 공직 인사 배제 원칙으로 공약할 때만 해도 너무 엄격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의 결기가 읽혔다. 취임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혁적이고 유리천장을 깨고 파격적이라고 발표된 이낙연 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는 위장전입, 세금 탈루라는 민낯을 보여주었다. 또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과 안현호 일자리수석은 이런저런 이유로 벌써 낙마하고 말았다.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변명 차원을 넘어 인사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우리는 정의롭다’는 오만이다. 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을 지지하고 돕는 사람들은 정의롭고 도덕적이지만 반대편은 부패하고 불의한 집단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지난 정권 때 위장 전입 등 똑같은 하자를 가진 장관 후보자에게 민주당이 쏟아냈던 공격들을 되새겨 보면 지금 야당이 하고 있는 것은 10분의 1도 안 된다. 투기성 위장 전입과 교육 위장 전입은 다르다는 것은 궤변이다. 우리 편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는 온정주의가 눈을 가리고 있다. 전격 경질된 연세대 교수 출신인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학교에서의 구설이 이미 입방아에 올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참사가 벌어졌다.

둘째, 말로는 개혁, 진보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면(裏面)에 숨은 ‘욕망’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재벌 저격수’라는 이미지로 포장했던 김상조 후보자가 살았던 곳은 누구나 돈만 있으면 살고 싶어 하는 서울 대치동, 목동, 청담동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도 역시 좋은 학군, 비싼 동네를 쫓는 범부(凡夫)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셋째, 인물에 대한 판단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국가의 주요 리더가 될 정도의 인물이면 어느 정도 정보가 축적돼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상대방을 탄압하기 위한 용도로 쓰여서는 안 되지만 본인 진술과 몇몇 지인의 평판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정보가 축적돼 있어야 인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청나라 시대 태평성대를 이룬 건륭제는 널리 인재 천거를 장려하되 좋은 인재를 추천하는 사람은 높이 평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책임을 지웠다고 한다. 이제 국가정보원도 국내 정보 수집을 중단했으니 앞으로 인적 정보는 더 빈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넷째, 원칙과 타협해서는 안 된다. 애초 공직 배제 5원칙을 정했으면 아무리 탐나는 인재가 있더라도 예외를 두어선 안 된다. 강경화 후보자가 비(非)고시에 여성이라는 파격을 줄 수 있는 인사지만 위장 전입에 자녀의 미국 국적 문제가 있는 인사를 기용하다 보니 제2, 제3의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지난 대선 때 1000여 명의 교수가 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고 전직 외교관, 장성, 관료들이 줄지어 몰려들었다. 선거 때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이제 국정 운영을 하는 데는 이들이 되레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선거용과 통치용 인재는 다르다. 지금이라도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시야를 넓혀 인재를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