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모자란 特檢, 한 재판서 두 번 실수

- 14명이 국정농단 재판 13개 공소유지 ‘강행군’

피의자만 30명·변호인단 상대
재판 횟수 점점 늘어 ‘역부족’

김기춘 ‘블랙리스트 재판’ 중
증거누락·증인착각 실수 연발

인력 늘리고·재판시한 연장 등
법조계선 특검法 개정 목소리

14명의 특별검사보 및 파견검사들로 10개가 넘는 재판을 관리해야 하는 박영수 특검팀이 갈수록 공소 유지에 벅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력·예산을 늘리고 재판 시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특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는 이유다. 애초 특검보 4명과 8명의 파견검사로 ‘국정농단 사건’ 공판 13개를 유지해 오던 박 특검팀은 지난달 17일 검사 3명을 추가로 파견받았지만 역부족이다. 이후 이틀 만에 윤석열 수사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면서 한 자리 공석이 생기게 됐고, 이를 충원하기 위해 특검팀은 현재 법무부에 추가 인력을 요청해둔 상태다.

7일 현재 14명 인원으로 피의자만 30명이나 되는 13개 재판 스케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갈수록 재판 횟수는 늘어나고 있다. 다음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공여 혐의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혐의 공판(30부)은 주 3회(12·14·16일) 열리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등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22부)은 주 4회(12·13·15·16일)로 빽빽하게 예정돼 있다. 게다가 각 재판에서는 특검보 1명과 파견검사 2~3명이 10명 내외에 달하는 피고 측 변호인단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가혹한 일정과 부족한 인력 탓에 특검팀은 공판 도중 ‘안타까운 실수’도 연발하는 모양새다. 지난 5일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재판에는 증인을 착각하고 증거를 누락하는 등 한 재판에서만 두 차례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특검 측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전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과 사무관을 상대로 2015년 당시 작성된 문건을 제시했으나, 김모 사무관이 “제가 아니라 다른 직원이 담당했던 업무”라고 대답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 측은 결국 미리 준비해둔 질문 사항 중 20여 항을 통째로 생략했다. 이후에는 “최근 추가 제출한 증거(문자메시지 내역)를 깜빡 잊고 두고 왔다”며 재판부 소속 법원 직원에게 해당 증거를 갖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증거 누락은 검찰 공판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지만, 증인을 착각해 질문사항을 생략해버린 것은 특검 측 피로가 얼마나 누적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기소 이후 공소 유지도 특검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인데, 국회에서 법을 고쳐서라도 특검이 최소한 제대로 공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위증 증인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거나, 예산·인력을 늘리고 재판 시한을 연장하는 등 특검법을 개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