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공 바운드 높고 스피드 저하… 强서버보다 체력 강한 선수 유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지난달 31일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이 공을 쫓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레이코트는 경기 중에 붉은 벽돌 가루가 신발에 묻거나 날리는 경우가 잦고, 수분 유지를 위해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야 한다.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크리스티나 믈라데노비치(프랑스)의 발이 미끄러지는 모습(왼쪽 사진부터), 클레이코트 최강자인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 AP뉴시스·AP연합뉴스

佛오픈테니스 ‘빨간마법’ 클레이코트

프랑스오픈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클레이코트에서 열린다. 롤랑가로스 스타디움 특유의 붉은 색은 프랑스오픈의 상징. 프랑스오픈이 진행되는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은 1928년 지어졌고, 줄곧 프랑스오픈 경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롤랑가로스의 클레이코트엔 과학이 숨겨져 있다.

롤랑가로스는 총 5개의 층으로 구성됐다. 맨 밑은 자갈로 된 배수층이다. 그 위에 분쇄된 자갈이 최소 30㎝ 깔리고, 또 그 위에 클링커(석탄 잔류물, 석탄이 고열에 타고 남은 단단한 물질)가 7∼8㎝ 정도 덮인다. 클링거 위에는 분쇄된 흰색 석회암이 6∼7㎝ 자리한다. 마지막으로 얇게 빻은 붉은 벽돌 가루를 1∼2㎜ 뿌려 클레이코트를 완성한다. 롤랑가로스의 붉은 색은 이 벽돌 가루 때문. 클레이코트 한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2t 정도의 벽돌이 필요하다.

유럽의 클레이코트는 프랑스어로 ‘앙투카(en tout cas)’로 불린다. 영어로 모든 경우에(in any case)라는 뜻이다. 비가 내려도 1시간 정도면 경기를 펼칠 수 있을 만큼 배수 성능이 뛰어나서 붙은 이름이다. 코트 명칭에는 ‘점토(clay)’가 들어가지만 자연 상태의 점토는 클레이코트에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 점토의 코트는 물에 젖으면 마르는데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클레이코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프랑스이지만, 개발한 인물은 영국인이다. 19세기 말 윌리엄 렌쇼는 프랑스 칸의 잔디코트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았는데 이 지역의 따가운 햇빛 탓에 잔디는 쉽게 타죽고, 윤기를 잃었다. 렌쇼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발로히 마을에서 토기 불량품을 가져와 이를 부순 후 붉은 흙가루로 테니스장을 얇게 덮었다. 여기서 클레이코트가 유래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과 남아메리카 지역에 클레이코트가 많다. 국내의 테니스장 대부분은 클레이코트다. 클레이코트 종류로 레드 클레이 외에 녹색의 그린 클레이가 있다. 그린 클레이는 붉은 벽돌이 아닌 현무암을 갈아 코트를 덮으며 주로 미국에 많다.

클레이코트는 하드코트보다 초기 설치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관리 비용은 더 크다. 코트 표면을 평평하게 다지기 위해 주기적으로 롤링을 하고,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주 물을 뿌려야 한다. 프랑스오픈 기간 중에는 매일 저녁, 많은 양의 물을 뿌려 다음날 경기에 대비한다. 경기와 경기 사이에도 물을 뿌리고 경기가 없으면 덮개로 코트를 보호한다.

클레이코트는 코트 표면의 마찰력이 높다. 공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로 인해 코트에 부딪히면 약간 미끄러진다. 클레이코트의 벽돌 가루는 석회암층 위에 뿌려져 있기에 공은 코트에 닿으면 클레이층을 약간 파고들게 되고, 이로 인해 공의 운동에너지가 줄어든다. 그래서 공이 코트 바닥에 튕기면 속도가 느려진다. 공의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석회암의 반발력으로 인해 높게 튄다. 클레이코트가 하드코트, 잔디코트보다 바운드가 높고 공의 속도가 느린 이유다. 이 같은 코트 특징으로 인해 서브 리턴이 비교적 쉬워 강서브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리고 클레이코트에선 베이스라인 쪽에 자리잡고 랠리를 주고 받는 경우가 잦다. 따라서 수비력이 뛰어나고, 특히 체력이 강한 쪽이 유리하다.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오픈 10회 우승에 도전하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이 이른바 ‘흙신’으로 불리는 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주무기이고, 클레이코트에 강하기 때문이다. 나달은 상대가 넘긴 공을 어떻게든 다시 리턴,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전략을 펼친다. 클레이코트에서 연출되는 랠리 플레이에 능하다.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스위스)는 반대로 프랑스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페더러는 체력소모가 큰 클레이코트를 피하고 잔디코트,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대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페더러는 서브 앤 발리에 뛰어난 데 클레이코트에선 서브 앤 발리를 구사하기가 쉽지 않다. 페더러는 역대 최다(18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을 자랑하지만 프랑스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건 2009년이 유일하다. 페러더 이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각광받았던 피트 샘프라스(46·미국)는 프랑스오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클레이코트에선 이변이 자주 연출된다. 동양계인 마이클 창(45·미국)은 1989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이반 렌들(57·미국)과 세계 3위 스테판 에드베리(51·스웨덴)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올해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는 세계 1위인 안젤리크 케르버(29·독일)가 1회전에서 탈락했고 비너스 윌리엄스(37·미국) 등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 전원이 8강 이전에 탈락했다.

또다른 메이저대회 윔블던은 잔디코트에서 열린다. 잔디코트는 특성이 클레이코트와는 정반대다. 공이 낮고 빠르게 튕긴다. 공이 잔디에 미끄러지듯 부딪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또 잔디에서 쉽게 미끄러져 빠르게 튀는 공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잔디코트에선 그래서 랠리가 적고, 공격적인 스타일이 유리하다. 강서브의 효율성이 높고, 서브 앤 발리 스타일의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하드코트는 콘트리트 재질이다. 공의 속도가 잔디코트보다 느리고 클레이코트보다는 빠르다. 바운드되는 높이 역시 잔디코트와 클레이코트의 중간 정도. 클레이코트보다는 잔디코트에 가까워 강서브가 유리하다. 8월 열리는 US오픈과 1월에 개최되는 호주오픈이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다. US오픈은 아스팔트 위에 아크릴이, 호주오픈은 합성 재질이 각각 덮여 있다. 주현상 마포고 감독은 “클레이코트는 스트로크 위주, 하드코트와 잔디코트는 서브 앤 발리 위주의 경기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