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141) 55장 사는것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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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대.”

김영태의 말을 들은 박재영이 뱉은 외침이다. 박재영의 얼굴이 노랗게 변해 있다. 오후 1시 40분, 김영태와 박재영은 호텔방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그때 김영태가 헛기침을 했다.

“그 ‘우리’식당은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인도 지금 없어요. 서울로 돈 구하러 갔다고 소문이 났지만 내 생각은 야반도주한 것 같습니다.”

박재영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 야반도주에 대해서는 김영태가 실행해 보지는 않았어도 ‘박사’급이다. 그동안 수없이 연구했기 때문이다. ‘우리’식당 주인은 채무와 남은 재산, 즉 임대료, 집기, 기타 부동산 등의 가격을 비교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채무가 그보다 많을 때는 야반도주 유혹이 일어난다. 김영태가 대충 계산한 바에 의하면 ‘우리’식당 주인의 채무는 남은 재산을 넘어섰다. 야반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영태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는 길에 채권자인 중국인 사채업자를 만났지요. 사채업자는 고 사장이 도망친 것으로 믿고 있더군요. 그들이야 이런 일을 많이 겪으니까 선수들이죠.”

“…….”

“이미 고 사장한테서 ‘우리’식당의 담보를 잡고 있는 터라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면 넘긴다고 했습니다.”

김영태가 정색하고 박재영을 보았다.

“박재영 씨.”

“네.”

박재영의 시선을 받은 김영태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 사는 것이 뭔지, 난 이곳에서 새 기운을 받아보려는 기대를 품었지만 거의 좌절한 상태였소. 나는 10년 전에 이혼하고 혼자 삽니다.”

“…….”

“내가 ‘우리’식당을 인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박재영 씨 때문입니다. 좀 우습지만 말이죠.”

“…….”

“내가 주인이 되고 박재영 씨가 같이 일해주면 좋겠어요. 물론 월급도 줄 것이니까.”

“저 때문에 우리식당을 인수하신다고요?”

박재영이 물었고 김영태가 다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뭐, 알아보니까 그렇게 된 겁니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요.”

“…….”

“어때요? 같이 일해줄 겁니까?”

“그럼요.”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박재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전 다른 선택이 없어요, 저한테 직장을 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죠.”

“나는 직장이 아니라 같이 식당을 해보자는 겁니다.”

“전 아시겠지만 이번 달 살아갈 생활비도 없습니다.”

박재영의 얼굴이 붉어졌고 목소리가 떨렸다. 시선을 내린 박재영이 호흡을 가누더니 말을 이었다.

“중1짜리 딸이 지금 저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난 자본금을 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김영태가 굳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저 나하고 동업을 하자는 말이오.”

“저를 어떻게 아세요? 우린 만난 지 만 하루도 안 되었어요.”

시선을 든 박재영이 되물었을 때 김영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내일 나와 같이 가게 계약하고 집 얻으러 갑시다. 그리고 딸 불러요. 불러서 같이 삽시다. 내 경험상 사는 데는 정답이 없어요. 답은 각자가 매기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