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미국의 고흐’ 바스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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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의 신표현주의 화가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 작품 ‘무제(Untitled·1982)’가 최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1050달러(약 1248억 원)에 낙찰됐다. 미술품 경매에서 1억 달러 이상의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1억7930만 달러), 빈센트 반 고흐의 ‘가세 박사의 초상’(1억5200만 달러) 등 10개뿐인데, 이번 경매를 통해 바스키아의 작품이 당당히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1억 달러 돌파작 중 1980년대 작가는 바스키아가 유일하다. ‘검은 피카소’ ‘미국의 고흐’로 불려온 그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이 이번 경매에서 증명된 셈이다.

이번에 낙찰된 ‘무제’는 푸른색 바탕에 검은색 해골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인데 바스키아의 대표작은 아니라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따라서 앞으로 바스키아의 대표작들은 1억 달러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낙찰자는 일본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의 설립자인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41)로 그는 지난해에도 바스키아 자화상을 소더비 경매에서 5700만 달러에 낙찰받은 인물이다.

바스키아 작품의 1억 달러대 진입을 축하라도 하듯 그의 고향인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오는 10일 바스키아 기념행사를 연다. 브루클린 식물원에 마련된 명사의 길에 그의 이름을 새겨넣는 특별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바스키아는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자란 흑인 화가로 아버지는 아이티계, 어머니는 푸에르토리코계이다. 그는 1970년대 말 뉴욕에서 그라피티 (낙서화) 그룹 세이모(SAMO)의 일원으로 맨해튼 곳곳에 낙서화를 그리며 명성을 얻었다. 21세 때 데뷔해 전업 화가가 됐고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과 공동으로 작품활동을 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1988년 약물남용으로 요절하기까지 그의 공식활동 기간은 7년 남짓이다. 1980년대 미국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그는 “내 그림의 8할은 분노와 유머” 라고 말한 바 있다. 뉴욕의 미술비평가 제리 설츠는 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 초 바스키아가 데뷔했을 때 뉴욕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흑인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천재 화가 바스키아의 작품이 1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미술 시장은 그의 타계 30년 만에 원폭을 맞은 듯 다시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