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반하장 北에 ‘지원 받아 달라’ 거듭 애걸하는 통일부

북한이 한국 민간단체들의 방북을 잇달아 거부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 단체는 물론, 6·15 행사에 참여하려는 단체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이 내세우는 거부 사유는 한국이 국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고, 북의 요구 사항은 5·24 제재와 유엔 제재를 풀고 6·15 및 10·4 공동선언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대북 제재는 북의 핵·미사일 도발 때문이며, 이를 중단할 경우 제재를 계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원을 받아야 하는 쪽이 큰소리치는 것도 ‘갑을전도(甲乙顚倒)’다.

북한 정권은 정치적 고려 없는 인도적 지원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순진한 발상’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한국을 대북 국제 공조로부터 이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재망을 무력화하여 숨통을 열겠다는 것이다. 둘째, 지원 거부가 아니라, 문 정부를 길들여 ‘소소한’ 인도적 지원이 아닌 ‘대규모’ 경제 협력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셋째, 남남갈등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공세적 의미도 내포돼 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7일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 등 정부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제발 받아 달라’고 거듭 애걸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직 경제 교류 등을 논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대북(對北) ‘저자세·퍼주기’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북측을 향해 ‘제재는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등 북한 탓’임을 분명히 일깨워줘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또 핵·미사일 개발비를 대주고, 북 주민 인권 유린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북한은 8일에도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