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가락처럼 …‘눈’도 훈련 통해 더 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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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 에이미 E 허번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

사진 속에서 두 남자가 달리고 있다. 평상복 차림의 흑인과 전통적인 경찰 제복 차림의 백인이다. 이들은 부서지고 낙서가 있는 콘크리트 건물 옆을 지나고 있다. 어떤 상황일 것 같은가.

사진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경찰이 흑인 범죄자를 쫓고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두 경찰관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용의자를 쫓는 모습이다. 인종과 범죄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드러내는 사진은 소수 민족 출신 경찰을 더 많이 찾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국 경찰의 모집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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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 광고가 드러내는 진실, 즉 객관적 사실을 제대로 보기 어렵고 그 해석은 부주의, 무의식, 주관, 편견 등에 좌우된다는 것을 전제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관찰하고, 해석·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미술가이자 변호사인 저자는 이를 위해 ‘지각의 기술(The Art of Percep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 국무부, 군인, 의사 등을 상대로 강의하고 있다. 특별한 것은 저자가 관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미술 작품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미술품이야말로 관찰력 훈련에 최적의 도구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책은 미켈란젤로부터 에드워드 호퍼, 르네 마그리트, 제인 알렉산더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미술·설치·사진 등을 갖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대상에서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얻어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지각의 기술’의 출발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신의 감각, 관찰력과 직관,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신뢰하라. 둘째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그렇듯 눈도 훈련을 통해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보는 행위’를 시각이 아니라 뇌 활동으로 본다. 우리 눈은 카메라가 아니라 컴퓨터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실 책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면 익히 잘 아는 내용 같다. 대상을 관찰할 때 객관적으로 누구, 무엇, 언제, 어디에 집중하라, 가능한 한 모든 사실을 수집하라, 항상 열린 마음으로 명백한 정보를 꿰뚫어 보고, 진실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관찰할 수 있는 정보에만 주목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책의 미덕은 책 자체가 관찰력을 높이기 위한 실전 강의라는 점이다. 저자는 한 작품을 보여주고 독자들이 관찰한 것을 말해보라고 한 뒤 그림에 표현된 정보를 하나둘 드러내며 점점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관찰하게 해준다. 저자는 이런 훈련을 계속하면 누구나 명탐정 셜록 홈스에 버금가는 관찰·해석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한 할렘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시험 성적이 올랐고, 뉴욕 7개 의과대학에서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이해 수준이 높아지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좀 더 정확하게 보고 싶다는 욕구, 나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욕이 끓어 오른다.

한편 책에는 미술 작품과 함께 중요한 심리실험, 뇌실험은 물론 범죄 사건, 대형 사고 현장에서 이를 보고 겪은 사람들의 실제 경험 등이 씨줄 날줄로 빼곡하게 담겨 있다 .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