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한달>햇볕계승·자주외교 신념에 갇혀… 길 못찾는 ‘외교안보’

6·15공동행사 北거부로 무산
유화책에도 연일 미사일 도발

韓·美는 사드환경평가로 꼬여

문재인 정부가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외교안보 문제에서 과거 유산에 매달려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유산 계승, 대미 외교 자주성 확보라는 도그마에 스스로 발목이 잡히면서 외교 안보 정책이 첫발부터 꼬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햇볕정책을 계승한 대북 유화책을 공언했고, 취임 이후 한 달간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북측과 교류하고,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고 밝혔지만 대북 포용론인 햇볕정책을 바탕에 깔고 있다. 외신에서는 이를 햇볕정책을 물려받은 달빛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북 정책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민간단체 방북 거부로 시작부터 난항에 처했다. 북한은 6·15 선언 기념 남북 공동행사와 관련해 초청장을 끝내 보내지 않았다. 6.15 남측위원회는 9일 “방북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마저 자아내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햇볕정책 계승에만 매달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자주 외교와 균형 외교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만 다시 불러일으켰다. 미국 정계가 문재인 정부의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 실시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미 동맹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조만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가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은 “(사드)‘배치 늦추기’로 한·중 관계를 복원시킬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를 다시 압박하고 있다.

외교안보 인사 구성도 더딘 상황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야당의 반대로 위기에 처했고, 국방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한편 국방부 장관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하다 경질됐던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