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호 감독, 이태원에 ‘시네마천국’ 연 까닭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산 역사로 불리는 원로배우 최은희 씨는 현재 혈액투석을 받는 등 투병 중이다. 작은 사진은 최 씨의 전성기 때 모습. 자료사진

투병 원로배우 최은희 도우려
올 2월 용산 라이브카페 열어
4월에 수익금 1000만원 보내

“형편 어려운 젊은 감독 등
향후 영화인 돕는 공간으로”
강우석 감독·유명우 등 참여

“투병 중인 최은희 선생님이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여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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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감독이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라이브 카페 ‘시네마 천국’(사진)을 연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확히 말해 이 카페는 건설업을 하는 이 감독 지인이 운영 중이다. 이 감독은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며 나를 많이 도와주던 후배가 최 선생님을 비롯해 어렵게 지내는 영화인들을 돕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고, 선뜻 카페를 차렸다”며 “일단 카페 수익금으로 최 선생님을 돕고, 작품을 하지 못해 힘들게 살아가는 젊은 감독 등 영화인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 2006년 작고한 신상옥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신 감독의 부인인 원로배우 최은희(91) 씨는 1978년 1월 홍콩에서 납북됐고, 그해 7월 실종된 최 씨를 찾기 위해 홍콩에 갔던 신 감독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북으로 끌려갔다. 두 사람은 북한에서 신필름영화촬영소를 세우고 ‘돌아오지 않는 밀사’ ‘소금’ 등의 영화를 제작한 후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의 감시를 피해 미국대사관에 은신을 요청하며 탈출에 성공했다.

최 씨는 현재 혈액투석을 받고 있으며 심신이 미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최 선생님이 주 2회 투석을 받으신다. 정신이 선명한 날은 말씀을 하시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는 아니다”라며 “신 감독님과 최 선생님이 북한에 납치되지만 않았어도 지금 젊은 영화인들이 기억하고 있을 텐데 10여 년 동안 단절되며 잊힌 사람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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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카페는 앞서 가수 임희숙 씨가 자신의 대표곡 제목인 ‘진정 난 몰랐었네’라는 상호로 운영하던 걸 이 감독 지인이 인수해 상호를 바꿨다. 이 감독은 이곳에서 나온 수익금을 모아 지난 4월 충무로에서 열린 고 신상옥 감독 11주기 추모행사 때 최 씨에게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감독은 “고맙다고 하시면서도 수표 액수를 잘 모르시더라. 옆에 있던 사람들이 만 원짜리 1000장이라고 설명해 주니 그제야 끄덕이시더라”며 “그 모습을 보고 흘러간 세월이 야속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최 씨는 한국 영화의 산 역사로 불리는 원로배우지만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현재 영화 부문 회원은 6명)으로 뽑히지 못해 월 180만 원씩 지급되는 수당도 못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심사 때마다 제외된 걸로 알고 있다”며 “계속 집을 줄이며 생활을 이어왔다. 옆에서 그 모습을 뵙기가 민망하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시네마 천국에서는 임희숙 씨가 매주 2회 노래를 하고, 다른 가수들도 무대에 선다. 또 영화인들을 비롯해 유명인들이 하루씩 호스트를 맡아 자신들의 지인을 초청하는 행사도 연다. 강우석 감독이 여러 번 호스트로 나섰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배우 김명곤 씨와 권투선수 출신 유명우 씨 등도 참여했다.

이 감독은 “강 감독은 자주 사람들을 몰고 와주고, 봉준호 감독과 배우 이일화도 시간이 될 때 참여하기로 했다. 다들 정말 고맙다”라며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말하며 도움을 청하는 영화인들도 있는데 지금은 최 선생님만 돕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대리 기사를 하는 감독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후배들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광주에서 일생을 보낸 미국인 간호사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