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앤티크 골프 이야기>100여년전 골프장은 말·마차로 북새통… 말발자국 덜 남기기 위한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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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말발굽 씌우개

가죽으로 만든 이 세트(사진)는 어디에 쓰는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골프장에서만 사용되는 말발굽 씌우개다. 편자가 박힌 말에게 신발을 씌운다는 얘기일까. 요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생뚱맞을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엔 말발굽 씌우개의 용도가 있었다.

100여 년 전의 골프장은 지금과 달리 골프를 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의 코스가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낸 초원이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바닷가의 올드 코스에는 양떼 목동들이 있었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스월컨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도 있었다. 그리고 말들이 마차를 끌고 빈번히 페어웨이를 지났다. 당시의 골프장은 북새통이었다. 질서 없는 페어웨이라고나 할까. 마차가 지나가면 정말로 곤란해졌다. 바퀴 자국으로 골이 깊게 파이기 때문이었다.

골이 파인 곳에 물이 고여 웅덩이가 됐다. 그 웅덩이에 볼이 떨어지면, 골퍼는 어쩔 줄 모르고 당황했다. 그래서 웅덩이의 볼을 치기 위한 ‘러터(Rutter)’라고 불리는 특별한 골프채가 생겼다. 마부들은 페어웨이를 지날 때 말발굽에 가죽 신발을 씌웠다. 마차 바퀴 자국은 어쩔 수 없었다. 마부들은 그러나 말 발자국만큼은 남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골동품 동호회의 컨벤션에서 가끔 골프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런 물건들이 전시되곤 한다. 경험이 없는 멤버들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골프와 관련된 특별한 골동품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장 가치가 있는 ‘횡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남양주 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