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주의>“대기업 노동자 양보 요구 아니냐”… 당혹스러운 노동계

“일단 靑의 의중 알아보겠다”
전문가들 “사회적 대화 필요”

노동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과 대기업 개혁보다는 대기업 동반성장에 방점을 둔 문재인 정부의 ‘경제 민주주의’에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노동계는 12일 “일단 청와대의 명확한 의중을 알아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예상치 못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곤혹스럽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제민주주의는 과거 정권이 반복해 온 노사정 대타협과 비슷하게 들리는데,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가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미가 담긴 것 같지만 무슨 내용인지 잘 파악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니 노사가 ‘공생공존’하자는 의미가 아닌가 짐작되는데,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보다 직접적으로 반발하는 기류다.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을 만들어 온 재벌에 책임을 묻고 노동자 권리 향상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며 노사정 대타협을 벌써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다. 오는 30일 민주노총이 강행할 예정인 총파업이 오히려 더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서는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 입장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요약되는 거대 노조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조합원은 전체 근로자의 10% 수준으로 이들이 전체 근로자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갖는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들 거대 노조는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등 근로자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하며, 대노조들의 양보가 전제돼야 사회적 대타협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중심 법 제도의 개선과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비정규직의 대척점에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임금체계 개선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자는 이날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경제 민주화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기류와 관련, “(노동계의)그 정도 반발은 예상하고 있다”며 “대선 당시 공약을 준비할 때 생각했던 것들과 고용부가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상황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진영·임대환·윤명진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