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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형 행복한 복지’ 찾기 프로젝트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3일(火)
남과 비교하는 문화, 삶의 만족도 낮춰… 베풀수록 행복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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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수준보다 행복도가 낮은 한국인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국민은 과도한 ‘경쟁과 비교문화’에서 벗어나고, 정부는 튼튼한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자료사진

- ① 한국인은 왜 행복편차 큰가

20~30대, 비교성향 가장 높아
관계적·집단적 만족감 떨어져

불안경험 늘수록 만족도 하락
복지 충분하면 행복감으로 전환

기부·배려·관용 수준 높아야
사회적 토대가 튼튼한 사회


우리나라 경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70년에 비해 30배 이상으로 증가할 정도로 급속히 발전했다. 또 민주화 시대를 겪으며 정치 민주주의 역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만족도나 행복 수준은 그에 걸맞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빈곤, 실업, 자살률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사회과학에서 행복에 대한 관심은 ‘GDP를 넘어서(beyond GDP)’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이뤄져 왔다. 근대화의 산물인 물질적 풍요가 그에 상응하는 인간 행복의 증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시작된 흐름이다. 문화일보는 앞으로 5회에 걸쳐 오늘날 한국인이 생각하는 복지란 무엇인지 점검하고, ‘행복한 사회복지’를 위한 한국형 복지를 찾아가는 학문적 접근과 실용적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행복(happiness)에 대한 학계의 사상적 논의를 살펴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행복은 주관적’이라고 강조한다. 행복이 주관적인 것이라면 객관적 조건은 얼마나 행복에 영향을 미칠까.

학자들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주제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공리주의에서는 행복이 물질적 효용의 총합과 같다고 주장했다. 1930~1940년대 경제적 총생산을 GDP 수치로 계산하기 시작한 뒤로 GDP는 국민 행복의 척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다 1974년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각 나라의 사람들이 느끼는 평균적 행복의 정도가 절대적 소득의 증가에 따라 일정한 수준까지는 높아지지만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우리나라를 보면 확연해진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에 육박했지만, 평균적 행복은 10점 만점에서 6점도 안 된다. 우리나라와 경제적 조건이 비슷한 나라 중에서도 특히 행복의 수준이 낮은 편이다. 또 우리나라는 대부분 서구 국가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낮을 뿐 아니라 표준편차도 크다. 행복의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행복의 불평등 정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행복의 평균값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돼 있어 행복도가 매우 낮거나 높은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주관적 웰빙 연구의 권위자인 에드 디너 미국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이 GDP에 비해 행복의 수준이 낮은 이유로 아픈 지점들을 콕콕 집어 설명했다. “한국인들의 과도한 비교의식과 경쟁, 물질주의, 외모와 명품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행복보고서의 대표 필자인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토대(social foundation)의 취약성”을 지목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노후, 일자리 등 복지 서비스와 연결돼 있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 =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사회복지와 행복’을 주제로 진행한 학술연구지원사업에서 ‘한국인의 마음, 복지, 행복’을 분석한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13일 “행복의 핵심은 객관적인 조건에 의해서만 전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교수팀은 세대별, 지역별 등 총 7개 그룹을 선정해 ‘표적 그룹 심층 면접법(Focus Group Discussion·FGD)’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비교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행복을 덜 느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평소 다른 사람과 자신을 자주 비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 뒤 이에 따른 행복의 수준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했다. 그 결과, 이들 삶의 개인적·관계적·집단적 측면 등 모든 면에 걸쳐 비교성향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삶의 만족이 더 낮았다.

이러한 비교성향에 따른 삶의 만족 차이는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삶의 만족이 낮을 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는 삶의 개인적 측면에 비해 관계적·집단적 측면의 만족이 더 낮았다.

◇불안한 경험 역시 삶의 만족도와 반비례 = 연구팀은 미래의 위험에 대한 불안이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후·일자리·경제적 수입·가족·인간관계 등 다섯 가지에 대한 ‘불안의 경험’ 정도를 0부터 5까지의 값으로 계산한 뒤 그에 따른 삶의 만족도를 분석했다. 또 부정적 정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짜증, 부정적 느낌, 무기력함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개인적 삶의 만족도는 불안의 정도가 0일 경우에는 60.5점이었으나 불안의 정도가 2일 경우 57.8점으로 떨어졌고, 불안의 정도가 4인 경우 48.8점까지 하락했다. 즉 불안 경험이 늘어날수록 삶의 만족은 모든 측면에서 하락했다. 특히 개인적 삶의 만족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불안 경험이 늘어나는 것은 삶의 만족도뿐만 아니라 부정적 정서 경험에도 영향을 끼쳤다. 짜증 정서의 경우 불안의 정도가 0일 경우 부정적 정서 경험이 42.7점이었지만, 불안의 정도가 5일 경우 62.3점까지 치솟았다. 결국 노후·일자리·경제적 수입·가족·인간관계 등의 복지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빈곤과 실업의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어 행복감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배려와 관용은 행복과 비례 = 우리나라의 사회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사회적으로 배려와 관용에 대한 평가를 분석했다. 대개 사회적 토대가 튼튼한 사회란 자원봉사와 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져 배려와 관용의 수준이 높은 사회로 평가된다는 점에 착안해 둘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사회적으로 배려와 관용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모든 측면에서 배려와 관용이 높다고 답한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교수는 “설문조사 문항에는 포함하지 못했지만 자원봉사와 기부가 활발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결국 복지 서비스가 잘 갖춰지고 사회적으로 선의와 관용, 배려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으면 그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사회에 속한 많은 사람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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