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마타하리’의 2016년 초연 당시 장면. 화려한 의상과 역동적 안무가 눈길을 끈다.
- ‘3色 무대’ 불꽃 경쟁
■ 국립극장 ‘리진’
佛무대 선 조선 궁중 무희 삶
화려한 의상·안무 볼거리 많아
■세종문화회관 ‘마타하리’
네덜란드계 무희 실화가 배경
동양적 신비로운 춤 눈길도
■정동극장 ‘련蓮, 다시 피는 꽃’
전통설화·한국무용 기반 창작
인물들 감정선따라 관객 몰입
꽃같은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여성의 불 같은 열망과 좌절.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여성 무희’라는 소재에 공연계가 열광하고 있다. ‘리진’과 ‘마타하리’ ‘련蓮, 다시 피는 꽃’까지 무희의 삶을 다룬 세 편의 공연이 이달 동시 상연되면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남성들의 구애와 압력에 시달리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갈구했던 무희들의 삶을 제각기 그려내며 불꽃 튀는 3색 경쟁을 펼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달 28일부터 국립극장에서 선보이는 무용극 ‘리진’의 동명의 여주인공 리진의 모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월 29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상연되는 ‘련蓮, 다시 피는 꽃’의 여주인공 서련(가운데)이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국립극장에서 오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무용극 ‘리진’을 선보이는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동명의 조선시대 궁중무희를 소재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공연에서는 왕에 예속된 궁중 무희가 아닌 독립된 여성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려고 했으나 비극적 최후를 맞은 리진의 삶이 강렬하고 함축적인 드라마로 펼쳐진다. 자신에게 반한 초대 프랑스 공사 플랑시를 따라 프랑스에 갔지만 그녀를 견제하는 또 다른 궁중무희 도화와 궁중 예술가의 지배자 원우로부터 방해를 받아 좌절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뎅이 쓴 저서 ‘앙 코레’(1905년)에 등장하지만 실존 인물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김탁환(2006년), 신경숙(2007년)의 소설에 이어 이번에는 국립무용단이 5년 만에 선보이는 무용극에서 재탄생하면서 끊임없이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김상덕 예술감독은 “춤이 직업을 넘어 삶의 전부인 무희의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성격이 강한 데다, 이를 춤이라는 언어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면서 “굴곡진 삶을 산 무희의 생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들이 최근 잇달아 탄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무희는 신분이 높은 왕족이나 귀족 여성들과 달리 환경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간다는 면에서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선악의 단순한 구조를 벗어나 한 여인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용이하며, 화려한 의상과 안무 등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16일부터 8월 6일까지 펼쳐지는 뮤지컬 ‘마타하리’도 비극적 결말을 본 네덜란드계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가 배경이 된 작품이다.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양의 신비로운 춤과 미모로 유럽 각국의 유명인사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각국의 권력자들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의 이중스파이로 지목돼 결국 프랑스 당국에 총살당한다.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여성에게 참정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시대에 자신의 재능과 기술을 이용해 살고자 했고, 자신의 선택에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마타하리의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동극장도 2017 전통시리즈로 조선왕실의 무희였던 서련의 사랑과 시련, 극복을 그린 작품 ‘련蓮, 다시 피는 꽃’을 선택했다. 궁중 제일의 무희 서련은 왕의 구애와 왕비의 질투 속에서 도담 장군과의 사랑을 지켜나가고자 하지만, 권력 앞에 스러진다. 그러나 결국 무당 ‘모화’에 의해 다시 소생하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전통설화와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창작작품으로, 인물들의 감정선에 따라 바뀌는 춤사위가 관객들을 권력 앞에서도 절개를 지켰던 서련의 삶으로 끌어들인다. 지난 4월 6일에 개막한 이 작품은 여름시즌을 거쳐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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