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로 배달 온 ‘텀블러 폭탄’… 교수 부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 오전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로 배달된 ‘텀블러 폭탄’(왼쪽 사진). 쇼핑백 속 상자에 들어 있던 텀블러에는 건전지가 든 기폭장치가 달려 있었고, 안에는 화약과 작은 나사들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텀블러가 터지지 않아 내부 화약만 연소되고 나사는 튀어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른쪽은 경찰이 사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김동훈 기자 dhk@

- 연세대 공학관 ‘테러 의심’폭발로 경찰특공대 투입

쇼핑백 속 상자 열자마자
화약·나사 담긴 텀블러 ‘펑’
교수는 손·목 등 화상 입어

경찰 “조악한 폭발물 추정
테러·원한여부 수사해 봐야”

연세대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 교수 1명이 손과 목에 화상을 입었다.

13일 오전 8시 41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 캠퍼스 1공학관 4층 연구실에서 폭발물 사고가 나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가 손과 목, 가슴 등에 화상을 입고 인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교수가 출근할 때 연구실 출입문 앞에 상자가 든 쇼핑백이 놓여 있었고, 김 교수가 연구실 안에 들어가 상자를 열어보니 기폭장치가 달린 텀블러가 나왔다. 목격자들은 “택배 상자를 열었는데 갑자기 폭발했고, 작은 나사들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가 폭발한 건 아니고 연소됐다. 엄밀히 말하면 폭발 실패”라며 “텀블러 안에 나사가 있었던 건 맞지만, 나사가 튀어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특공대와 폭발물분석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등 70여 명이 현장에 투입돼 정확한 사고 경위와 폭발물 재질, 구조 등을 파악 중이다. 군에서도 대테러 위험성폭발물개척팀을 연세대로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상자를 여는데 측면이 터진 것으로 보이고, 조악한 폭발물로 추정된다”며 “테러인지, 단순한 불만이나 원한에 따른 범행인지 등은 폭발물 분석이 끝나고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테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급조된 사제 폭발물(IED)로 보이고, 군사용 무기가 아니라 개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걸 보니 전문적인 테러 단체나 폭탄 전문가보다는 아마추어가 만든 수준의 폭발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폭발물은 위력이 크지 않았지만, 사제 폭탄은 수십 명을 죽거나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때 사용된 폭발물도 일종의 급조된 사제 폭발물이었고, 압력밥솥의 압력만으로는 폭발 위력이 크지 않아 나사나 유리 파편을 넣어서 살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는 사고 발생 1시간 가까이 지난 9시 27분쯤 공학관 내 연구실로 이미 들어온 교직원 등에게 긴급 문자를 발송해 신속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고 공지했다. 한편 국내에서 벌어진 실제 폭탄 테러는 1986년 김포공항 테러가 대표적이다. 당시 서울아시안게임을 일주일 앞둔 9월 14일 김포국제공항 1층에서 시한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테러 모방 범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천공항 1층 남자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돼 C 입국장 주변이 2시간 동안 전면 폐쇄됐다.

전현진·윤명진 기자 jjin23@munhwa.com